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21일 브리핑 도중 부산을 북한으로 잘못 읽은 직후 곧바로 “아, 다시 하겠다”며 정정한 데 대해 KBS출입 기자가 따져 물은 사안을 MBC는 자막을 넣어 보도하고, 미디어오늘 역시 이를 자세히 보도했다.
전날인 20일 KBS는 저녁 7시 뉴스에서 앵커가 '부산엑스포'를 '북한엑스포'로 발음하는 방송사고를 내고도 곧바로 정정하지 않은 채 9시뉴스에서 비로소 사과 및 정정보도 한 바 있다.
이 방송사고 이후 KBS에는 노조 사무실 등 여러 곳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으나 KBS측은 “정정보도 이후 항의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정리하면 하나는 전날 공영방송이 저녁 뉴스에서 아나운서 앵커가 부산엑스포를 북한엑스포로 잘못 발음했고, 뉴스가 끝날 때까지 그 어떤 조치도 없다가 2시간 후 뉴스에서, 그것도 자막이나 텍스트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사과·정정 방송을 한 사례이다. 다른 하나는 정당 대변인이 브리핑 현장에서 오독 후 곧바로 “아, 다시 하겠다”며 정정한 사항이다.
요컨대 이날 KBS 현장 기자의 항의성 따지기와 MBC의 자막 처리 보도, 미디어오늘의 보도는 두 사안이 똑같이 ‘단순한 실수’임에도 국민의힘이 KBS의 실수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혹한 비난을 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22일 미디어오늘은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날인 21일 ‘부산’을 ‘북한’으로 발음했다는 자막이 실린 MBC 뉴스 화면 캡처 사진과 함께 “바로 전날(20일) 국민의힘은 똑같은 실수를 한 KBS를 향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노골적인 방송범죄’, ‘개인적 실수가 아닌 KBS의 염원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대참사’(박성중 의원), ‘동네 방송에서도 있어선 안 될 한심한 사고’(안병길 의원)라고 맹비난을 퍼부으며 KBS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어 “자신들의 수석대변인도 똑같은 실수를 한 상황에서, 브리핑 뒤 ‘애초 KBS를 향한 공세가 지나쳤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KBS기자 질의와 유상범 수석대변인의 답변이 이어졌다”면서 다음과 같은 대화까지 소개했다.
KBS기자 : “아까 실수로 북한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말씀하실 때.”
유상범 대변인 : “다시 읽었잖아요.”
KBS기자 : “저희도 어떻게 보면 아나운서가 실수할 수 있다고 보시지는 않으시는지?”
유상범 대변인 : “준비된 사람의 행동과 저처럼 바로바로 하는 사람의 발언의 잘못과 그것을 같이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합리화하는 거 아니겠어요?”
KBS기자 : “그런데 대변인님도 준비하신 말이잖아요?”
유상범 대변인 : “자, 이 정도로 합시다. 본인들의 얘기잖아요. 이미 정리가 됐는데 그것을.”
KBS기자 : “대변인도 준비할 원고를 읽으신 거고 저희도 준비한 원고를 아나운서가 읽은 것 아닙니까?”
유상범 대변인 : “이런 식으로 질문하실 거면 의미가 없습니다. 네. 자, 마무리하겠습니다.”
한 방송기자 출신 언론인은 이에 대해 “방송 중 실수로 잘못 발음할 수도 있지만 곧바로 혹은 해당 뉴스·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 정정하면 단순한 실수로 봐줄 측면이 많다”면서 “그러나 이번 KBS의 ‘북한엑스포’ 건은 사과·정정보도가 너무 늦었고, 나중에 ‘항의 전화 한 통 없었다’, ‘아나운서도 똑같은 실수’라는 등의 생각과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언론·방송인으로서의 기본자세에 의문이 갈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