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명 변경을 포함한 대규모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천안함 자폭’, ‘코로나는 미국발’ 등의 명백한 가짜뉴스 발원자를 혁신기구 수장으로 5일 임명했다가 논란이 일자 피임명자 본인이 사퇴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출신인 이래경(69·사진)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폭 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美) 패권 세력들이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외계인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해 연일 대서특필하고, 골 빈 한국언론들은 받아쓰기 바쁘다"고 썼다.
그는 또 지난 2월 2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은 ‘윤가(윤석열 정부)’ 집단으로 복합위기 누란에 빠졌다"며 윤 정부를 “법치를 가장한 조폭 집단”이라며 "유일한 길은 하루라도 빨리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이라고 적었다.
이 이사장은 이 밖에도 한국 대선에 미국 정보조직이 깊숙이 개입했다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를 두둔하는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당장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이날 한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자폭' 운운하고 대통령을 '윤가'로 부른 이래경 위원장이야말로 '이가'로 불러 마땅한 이"라며 이재명 대표에게 이 위원장의 즉각적인 해촉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래경 씨의 과거 천안함 발언은 민주당이 조금만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다”라며 “난 이 대표가 이씨의 발언 내용을 알고도 어떤 의도를 갖고 했다고 본다. 즉,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를 향해 “현충일(6일) 선물 잘 받았다.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고 연락 바란다”고 분개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명칭과 역할을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해, 이래경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래경 이사장은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구성된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개한 지 3시간도 안 돼 당 내부에서 반발이 나온 것이다.
이상민 의원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혁신위원장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래경이란 분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됐고 전혀 검증도 안 됐다"며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고 우려했다.
홍영표 의원 또한 "이래경 이사장은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 위원장은 임명 9시가여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위원장은 사퇴하면서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