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촉발된 피해자 알권리 박탈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나섰다. 부산시의회는 범죄 피해자의 자립과 회복을 돕는 지원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 측은 4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관련 부처 등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상세한 개정안을 마련한 뒤 국회에 발의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30대 남성 A씨는 귀가하던 20대 여성 B씨를 10여분간 쫓아가 B씨의 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하는 등 폭행을 가했다. B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A씨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B씨를 옮겼고, 7분 후에야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8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또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B씨 측은 이 7분간 A씨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에 지난 5월 부산고법은 결심공판에서 가해자에게 강간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장치부착·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다. 살인미수 혐의만 적용됐던 1심에서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재판을 진행하는 1년 동안 B씨 측이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개인은 소추권이 없고 국가기관인 검사의 공소에 의해서만 형사소송이 이뤄질 수 있는 ‘국가소추주의’ 원칙으로 인해 피해자는 형사재판 도중에는 수사 기록과 각종 증거 열람할 수 없다.
또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시작하면서 ‘원고’ 자격을 얻은 뒤에야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법조계 전문가들은 범죄 피해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신청할 때에만, 그것도 제한적으로 통지가 이뤄지는 현행법의 한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부산시의회는 다음 달 중 ‘부산시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다음 달 제출될 개정 조례안에는 범죄 피해자가 사건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진정한 자립과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례에서는 학업, 경력 단절, 보육 등 지원의 범위를 다각화할 예정이다.
1년간 생업을 포기하고 진실 규명에 매달려 온 피해자 B씨는 눈물로 엄벌을 호소했다. 반면 가해자 A씨는 구치소 구금 중 "구치소를 탈출해 피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여전히 성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오히려 숨어 살아야 하는 지금의 사법 시스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범죄 피해자를 위한 회복적 사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알 권리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