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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50]⑧좌파 다큐 '백년전쟁', 이승만의 독립운동 왜곡

민족문제연구소, 미국 CIA 보고서 오역해 이승만의 사적 권력욕 부각
다큐 초반부터 부정적 이미지 덧씌우고, '반공' 의지는 외면
미 보고서, 이승만의 애국심 엿볼 수 있는 대목 명료하게 기록

민족문제연구소가 2012년 제작한 다큐 '백년전쟁’의 ‘두 얼굴의 이승만’편이 비밀 해제된 미 CIA보고서를 오역, 이승만이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왜곡했다. ‘백년전쟁’은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 강점기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현대사 100년을 소재로 제작한 좌파 영상물로 이승만을 ‘하와이 갱스터’,그리고 미군들이 붙여준 이름이라면서 박정희를 ‘Snake Park’(뱀같은 인간)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영상 7분정도 경과한 대목에서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소개한 미CIA 비밀문건의 영문 원본은 다음과 같다. 이 문건은 ‘대한민국의 생존전망, 문서번호 ORE-44-48’ (PROSPECTS FOR SURVIVAL OF THE REPUBLIC OF KOREA, ORE-44-48)이란 제목으로 대한민국 건국 2개월여 뒤인 1948년 10월 28일 작성된 것이다. 동영상에 나타난 원문은 다음과 같다.

 

[①Rhee has devoted his life to the cause of an independent Korea with the ultimate objective of personally controlling that country. ②In pursuing this end he has shown few scruples about the elements which he has been willing to utilize for his personal advancement,with the important exception that he has always refused to deal with Communists.]

 

민족문제연구소는 밑줄 친 부분을 '이승만은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 이 목적을 추구하며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로 요약해 옮겼다. 하지만 이는 '충격적인 내용’이 아니라 ‘충격적인 오역이다. 이 문장은 2013년 9월 28일자 모 일간지의 칼럼에서 오역된 것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동영상 ‘백년전쟁’의 이승만에 대한 ‘평가’라고 인용했다. 오류를 범한 셈이다.

 

①문장의 정확한 번역은 “이승만은 그 나라를 직접 통치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독립한

국(코리아)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이다. 이 문장은 평생 독립운동을 해온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이 있었다는 것이지 사욕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with the ultimate objective of personally controlling that country’는 ‘그 나라(Korea)를 몸소 통치하려고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동영상은 이 문장에서 ‘personally’란 단어를 잘못 해석했다. personally 라는 단어에는 ‘사적으로’ ‘개인적으로’라는 뜻도 있지만, ‘몸소’ ‘직접’ ‘친히’라는 의미가 있다.

 

이 문장에서는 전후 문맥상 ‘몸소’‘직접’ ‘친히’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예컨대 대통령이 특사나 외무장관 등을 통해 상대국 국가원수에게 보내는 서한을 흔히 '친서’(親書)라고 하는 데 영어로는 personal letter’라고 한다. 이것을  '사신'(私信) 또는 ‘사적(私的인 편지’라고 번역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최고의 공인이기 때문에 상대국 원수에세 보내는 서한이 사인간에 주고받는 문건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후 문맥을 보아야 한다고 했는 데 ①문장 앞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He tends, however, to regard the best interests of Korea as synonymous with his own. It is as if he, in his own mind at least, were Korea.”(그러나 그는 코리아라는 나라에 최고의 이익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도 최고의 이익이 되는 것으로 동일하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 자신이 코리아인 것 같다.) 이 문장을 보더라도 그가 그의 나라 Korea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승만의 과도할 정도의 애국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동영상은 이어 ②문장을 "이 목적을 추구하며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 았다"로 옮겼다. 이 문장도 오역이다. 이 문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위해서 그(이승만)는 자신의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 그가 활용하고자 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거침이 없었다"로 번역할 수 있다.

동영상은 더구나 ②문장 다음에 이어지는 주요한 대목 “with the important exception that he has always refused to deal with Communists”(그러나 중요한 예외가 있는데 그는 공산주의자들(공산당원들)과의 거래는 절대 하지 않았다)에 대해서는 빠뜨리고 번역하지 않았다.

 

한편 여기서 Korea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할 때는 일제 강점기로 남북한이 분단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서 Korea는 ‘entire Korea (한반도)를 의미한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이 실수였건 또는 고의였건 동영상 도입부분에서 중대한 오역을 함으로써 이 동영상은 후속되는 보도 내용들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이승만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시청자들에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CIA보고서는 '결론’(영문원본 참조)에서 소련의 남한 지배 욕속에 이승만의 단독 정부 수립이 옳았음을 다음과 같이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소련의 현 극동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소련은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남북한을 모두 지배하기 위해 계속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현재로선 확정할 수 없는 기간동안 미국의 대규모 군사,경제,기술 원조에 의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 지도부가 단결된 정부를 만들려는 노력을 등한히 하고, 미국의 조언에 반하여, 이기적인 계층 이익을 위해 고집스레 행동한다면 국민의 지지 기반이 약화되고 소련이 부추기는 체제 전복 기도와 침략에 취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생존을 보장하기위해 필요한 미국의 원조 규모는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많은 나라로부터 국가로서 인정을 받고,국민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한 책임있는 정부로서의 조치들을 이행하여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부의 긴급한 경제, 군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만큼 미국이 지원한다면 대한민국의 생존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conculsions〉

[As long as the present Soviet policy in the Far East continues unchanged, it must be assumed that the USSR will not be satisfied with its present hold on North Korea and will exert continuing efforts to establish eventual control over all Korea. Under such circumstances, the Republic of Korea can survive only, on the basis of large-scale US military, economic, and technical aid over an indefinite period.

 

The extent of US aid required to maintain the Republic against internal and external threats to its existence will be increased considerably, however, if the present political leadership loses the force of moving toward unified government and insists, against US advice, on acting in its own selfish class interest, thus narrowing its popular base of support and its vulnerability to Soviet-inspired subversion

and aggression. 

 

At the present time, the Republic of Korea appears to have good prospects for gaining widespread international recognition and for attaining a measure of responsible government sufficient to secure the loyalty of the South Korean population. Thus, as long as US aid is forthcoming insufficient quantities to help solve the regime's economic and military problems, the prospects for survival of the Republic can be considered favorable.]<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에서 발췌>(필자는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