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최근 중국 관영매체의 기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데 대해, 해당 매체에서 8일 '용납불가'라며 여전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주중한국대사관과 중국 관영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상호 항의 공방을 벌이는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韓美관계 발전' 경계하는 中, 관영매체 통해 '악담' >
윤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연일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달 23일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미 전 대만 관련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자 사설에서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방미는 그 평가를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북·중·러의 보복이 한국과 윤 대통령에 '악몽'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 더이상 지켜볼 수만 없었던 韓, 서한 통해 정중히 항의 >
앞서 주중한국대사관은 지난 4일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의 기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언론사 측에 보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근거없는 비난을 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주중한국대사관은 두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우리 정상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매우 치우친 시각에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저급한 표현까지 동원하여 우리 정상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일부 내용은 언론의 보도인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 중국 관영매체, 韓 대사관 항의에 "용납불가" >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주중한국대사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과도하게 비방하고 있다며 지난 4일 항의서한을 보낸 데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신문은 8일자 공동 사설에서 "이런 격렬한 정서와 선을 넘는 언사는 외교기관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 매체의 독립적 보도에 대해 난폭하다고 할 만한 방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항의서한에서 제기한 지적에 대해 "중국과 한국 간에는 일부 사안에서 이견을 피하기 어렵다"며 "문제는 그것을 떠들썩하게 키울 것이 아니라 이견을 어떻게 해소하거나 관리·통제하느냐에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 외교가 이런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중·한 관계가 소원해지는 문제를 넘어 동북아 정세가 한층 더 균형을 잃고 심지어 붕괴할 수 있다"며 "그것은 한국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사다. 강한 민족주의 성향과 강경 대외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외교 문제 등으로 인해 당국자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껄끄러운 정부의 속마음을 기사와 사설로 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까지 더해져 한미일 공조가 더욱 강화된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기관지를 동원해 한국을 비난하는 흐름을 더욱 강해질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