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언론 트루스가디언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와 함께 진행해 22일 발표한 'KBS 및 수신료 분리 징수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그만큼 싸늘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잘못하고, 뉴스 보도도 공정치 못하며 수신료를 분리 징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트루스가디언은 지난 20~21일 ▲KBS 공영방송 역할 수행 여부 ▲KBS 뉴스 보도의 공정성 ▲KBS TV 시청 정도 ▲KBS 수신료 적정성 ▲KBS 수신료 징수 방법(전기요금과 통합/분리 여부) 선호도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시 지불 의향 항목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여부에 대해 62%가 잘못한다고 응답했다.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33%에 불과했다.
뉴스 보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고 답한 사람이 59%에 달해 KBS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우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도 27%로 작은 수치가 아니다.
시청 시간에 대해서는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 가장 높은 비중(39%)을 기록했으며, ▲30분~1시간(23%) ▲1~2시간(17%) ▲거의 안함(11%) ▲2시간 이상(9%)이 뒤를 이었다.
수신료가 많냐, 적냐를 묻는 KBS 수신료 적정성에 대해서는 ‘많다고 생각한다’(57%)는 응답 비율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29%)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징수 방법에 대해서는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를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66%)이 3분의 2에 달했다. 통합징수(28%) 응답 비율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분리 징수 시 지불 의향에 대해서도 ‘내지 않겠다’(59%)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어, 분리 징수와 별개로 수신료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KBS 수신료 역사>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 갈려
현재와 같이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는 형태의 KBS 수신료는 1994년 당시 KBS 사장이었던 홍두표 전 사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방송법 시행령 43조에 의해 전기요금 납부고지서에 TV 수신료를 병기하는 방식으로 매월 2500원 징수해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은 현재 KBS로부터 징수액의 6.15%를 위탁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후 집권 여당의 대척점에 선 야(野)권 정당과 관련 시민단체들을 주축으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진행해왔다. 주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이 갈려 왔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우파 성향 시민단체의 KBS 수신료 거부 움직임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후 2003년 11월 야당인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며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하는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며 정권이 바뀌자 그동안 KBS에 동조해왔던 좌파 언론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펼쳤다. 민주당은 2009년 1월 성명서를 내고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불을 지피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신료 거부 운동이 더욱 거세졌고,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수신료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청원이 올라와 한 달 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강정수 당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수신료 통합징수가 유지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KBS가 수신료 가치를 무겁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수신료 폐지는 정부 차원의 의제가 됐다. 지난해 7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KBS 수신료 강제징수가 시청자 선택권을 무시하는 편법이라 지적했다.
본래 야당이나 야당 성향의 시민단체가 주도했으나 이제는 거꾸로 정부나 여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한덕수 총리의 발언이 나온 지 1달 뒤인 8월 한전에서 법무법인에 전기요금과 KBS TV수신료 분리징수 여부를 문의하며 검토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 9일 대통령실이 이 사안을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 참여 토론 게시판에 게재함으로써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