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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50] ⑤ 반기문의 대선 불출마 초래한 가짜뉴스 (2017년 2월)

반기문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 명분 실종되고 유엔에 상처 남겨"
親文 해외 주간지 "후임 총장이 반의 대선 출마는 부적격이라고 했다"고 거짓 보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 총장은 2017년 2월 1일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습니다.”

  유력 대선 예비후보가 가짜 뉴스 때문에 낙마하게 된 착잡한 심경을 밝힌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가짜뉴스는 후임인 안토니우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구테흐스(Antonio Manuel de Oliveira Guterres, 전 포르투갈 총리)가 반 전 총장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 기사는 처음부터 거짓이다. 구테흐스 총장 또는 구테흐스 어느 측근 또는 유엔 관계자도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이런 주장은 2017년 1월 7일 ‘유로저널(EUROJOURNAL)’이라는 매체에 처음 게재됐다. 유로저널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유럽 각국 소재 한인들에게 배포하는 무가주간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 외교 국방 경제 사회문제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 친문(친문재인) 매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간신문은 유럽 19개국에 2만부를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로저널의 발행인 겸 논설위원이며 김세호라는 필명으로 기자 역할도 하고 있는 김훈 씨는 구테흐스 총장의 반기문 전 총장 관련 언급 기사를 어떤 경위로 썼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블로그에 기사 형식으로 글이 올라와 있기에 정상적인 기사인 줄 알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베껴 썼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구테흐스 총장 측에 사실 확인을 했는지 물으려 했으나 김훈 씨는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썼다. 구테흐스 총장 또는 어떤 유엔관계자도 반 전총장의 ‘대선출마 부적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문제는 유로저널 홈페이지에 반기문 전 총장관련 뉴스가 올라온 후 삽시간에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에 이 기사가 퍼졌다는 점이다. 1월 11일 오후 4시쯤에는 인터넷매체 ‘인사이트’가 유로저널의 해당 기사를 인용, ‘반기문 대선 출마는 역대 총장들이 다 지킨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내면서 가짜뉴스는 확산됐다. 인사이트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기사를 쓰고 발행하는 매체다.  페이스북에서만 2월 2일 기준 175만명 이상의 독자가 이 매체의 기사를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뉴스가 인터넷에서 확산되자 민주당이 공식화하면서 공세]

  이 가짜 기사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장 먼저 진짜로 공식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측이었다.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와 정청래 전 의원은 1월 12일 각각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와 트위터 게시물에 이 기사를 인용해 반기문 전 총장을 공격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날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날이었다.

 

 유엔은 창설 직후인 1946년 1월 24일 제1차 총회에서 “사무총장은 많은 정부(유엔 회원국 정부)의 기밀을 알고있는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어떠한 회원국도, 그가 알고 있는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자료(상황)가 될 수도 있는 정부 직책을 그에게 퇴임즉시,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무총장 자신도, 그러한 직위를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Because a Secretary-General is a confident of many government,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tal position in which 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assment to other Members,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는 권고를 담은 ‘결의 11(1)호’를 채택했다.

  즉 유엔 사무총장은 재임 중 유엔 회원국의 내밀한 정보를 다수 취득하는 만큼,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특정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결의의 취지에 비춰, “퇴임 직후” 사무총장이 피해야 할 “정부직”(govermental position)은 좁게는 ‘임명직’, 넓게는 ‘선출직’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 총회 결의는 국제 관습법으로 간주되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존중해야 할 관행 정도의 훈시규정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역대 사무총장의 퇴임 이후 행적에 비춰볼 때, 유엔총회 결의 11(1)호는 엄격하게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드시 ‘사문화' 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 이전 1~7대 사무총장은 대체로 퇴임 뒤 독립•비영리 재단을 이끌거나 유엔 특사로 활동(7대 코피 아난)하거나, 초국적 초정파적 국제기관 등에서 일하는 등(6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3대 우 탄트) ‘정파적 행위’를 피해 왔다. 퇴임 뒤 대선에 뛰어들거나 정부직을 맡은 사람도 있다. 다만 4~5년의 휴지기를 거쳤다.

 

  4대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5년 뒤인 198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을 맡기 전에도 대선에 출마했다 패배한 이력이 있다. 5대 사무총장 하비에르 페레스 데케야르는 퇴임 4년 뒤인 1994년 페루 대선에 나섰다가 패배했고 2000~2001년 페루 총리를 지냈다. 초대 사무총장 트뤼그베 리는 퇴임 4년 뒤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와 아케르스후스 주지사, 산업장관 등을 지냈다.

 

  한편 이같은 가짜뉴스에 이어 에드워드 리(Edward Lee)라는 재미 한국인 이범희 씨는 2016년 12월 29일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앞으로 ‘반기문 전 총장 대선출마금지청원’을 내고 청원 사이트까지 개설, 반 전총장의 대선출마 반대지지 서명을 받았으나 이씨의 이같은 활동은 반 전총장이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청원에서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1946년 1월 24일자 유엔총회 결의 제 11⑴호를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막아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Departing Secretary-General Ban Ki-moon should not run for president because such his action will violate the provisions of the General Assembly Resolution 11 (1) of January 24,1946.) 청원문 전문 (全文) 은 미국의 한인 웹사이트인 ‘NYCultureBeat’에 수록돼 있다.<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해맞이 미디어)에서 발췌, 필자=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