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지만, 한국은행은 이를 활용한 용도가 혁신보다는 부작용이 크기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영환 전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화폐금융사적 의의와 한국의 대응전략'이라는 포럼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유로 스테이블 코인의 예를 든다"며 "유로 스테이블코인 시가 총액은 유럽의 국내총생산의 0.003%로, 우리나라로 가정해 추산하면 500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류 콘텐츠 결제 네트워크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면 최대 약 112억 5000만 달러의 가치를 낼 수 있다"며 "한류 생태계 안에서 신뢰받는 기본 결제 단위로 자리잡게 한다면 이는 원화 기반 디지털 경제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전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지니어스법 등과 같이 안전 자산을 확보하고, 보험공사를 만들어 예금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에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면서 "시중은행 주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안전 장치로서 한국은행이 나선다면 수요는 확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나 혁신할 수 있게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한국은행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권한을 행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준홍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팀장은 "화폐의 대체재인 가상자산의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를 통화정책에 포함하는 모델이 내년에라도 나온다면 이는 노벨상 감이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우리도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유럽, 일본처럼 발행해도 경쟁력이 있지만 남대문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는 용도를 보면 탈세"라며 "직원들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두세 번 돌렸을 때 누구 지갑에서 나왔는지 확인이 안된다. 부의 대물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팀장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선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박 팀장은 그러면서 "테더(USDT)나 USDC 등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혁신제라면 미국 자본이 다 사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0억 달러 발행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 약 100억 달러는 남미에서, 100억 달러는 아시아, 80억 달러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환전이 쉬운 대체 달러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네이버와 두나무가 합병한다고 했을 때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발행한 코인의 트래픽을 보면 국내가 95%"라며 "한국은행은 반대하자는 게 아닌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내년에 제도화될 때에는 빅테크와 핀테크가 국민에게 명확한 케이스를 제시해야 한다"며 "권한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시중은행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고 해서 리스크 요인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 현실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민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