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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도래와 한국의 대응전략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서 또다른 100년을 갈 것인가의 중요한 분수령

트럼프2기 정부 이후 지니어스법 등 스테이블코인 3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며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암화자산 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그동안 연준을 중심으로 연구해 오던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를 금지하고 달러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로 한 것은 세계 기축통화 달러화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1944년 브레튼우즈체제가 체제가 출범하면서 달러는 세계기축통화가 되었다. 그 전 200여년을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다. 달러가 세계기축통화가 되면서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내면서 달러를 공급해 왔다. 물론 자본거래도 있지만 그것이 미국이 달러를 국제금융시장에 공급하는 중요한 경로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에 달러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세계 금융시장이 금융경색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달러를 충분하게 공급하면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떠 안아야 하는 흔히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라고 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주장한 벨기에 태생 미국 예일대 교수 로베르 트리팽(Robert Triffin)의 이름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가 1960년에 펴낸 저서 Gold and the Dollar Crisis. The Future of Convertibility에서 트리팽은 브레튼우즈 협정을 비판하며 그 증거로 트리핀 딜레마를 제시하고 브레튼우즈 협정으로 탄생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을 주장했다.


특정 국가 통화를 기축통화로 할 경우 이런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2차 대전후 전후 국제금융질서에 대해 영국과 미국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영국대표였던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지적하고 새로운 초국적 세계통화 뱅코르(Bancor)를 만들어 사용하자고 주장했으나 달러 사용을 완강히 주장하는 당시 최대 승전국으로 부상했던 미국의 주장에 밀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딜레마를 안고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수반하게 되었다. 이는 제조업에 종사하던 미국노동자 특히 저학력 백인노동자의 몰락과 제조업이 몰려있던 중부벨트를 러스트벨트로 몰락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지금 이 러스트벨트의 부활과 저학력 백인노동자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지역은 공화당의 표밭이다.


이것이 미국, 특히 공화당이 일부 무리하게 보이는 일방적인 관세정책으로 무역수지 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활,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024년 한해에만 9035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1조 1853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브레튼우즈 체제 91년 만에 미국은 더 이상 이런 구조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국제금융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달러스테이블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스테이블코인 공급을 통해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면서 달러화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국가부채는 작년에 이미 35조 달러 (GDP 대비 121%)를 돌파하고 금년에는 37조 달러에 이르러 GDP 대비 12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국채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더 이상 미국국채가 이런 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준거자산이 달러화 또는 단기 미국국채이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새로운 국채수요가 창출되어 미국정부로서도 다소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이번에 지니어스법으로 추진되는 달러스테이블코인의 성공여부는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서 또다른 100년을 갈 것인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킨덜버그(Charles P. Kindleberger)의 『강대국 흥망사』에서는 포루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의 강대국 패권이 100여년 씩 교체해 왔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영국만 중간에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200여년을 지속하고 2차 대전을 거치며 세계 유일 강대국이 된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이제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패권국으로서 90여년을 지속해 온 미국이 또다른 100년을 갈 것인지 여부가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직면해 있고 그 중심에 관세정책과 달러스테이블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율 체계를 도입하는 등 원화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한국의 최적 도입방안은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때다. 특히 새로운 글로벌 금융결제 통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다른 코인과는 달리 통화정책의 유효성은 물론 금융안정성 환율안정성에서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전미경제연구소(NBER) 국제경제은행(BIS) 미국 연준 등에서 많은 페이퍼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핀테크나 암호화폐를 넘어선 의미와 파장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통화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발행되고 감시감독이 이루어져야 큰 무리 없이 안전하게 스테이블코인 도입이라는 통화금융면에서 다가올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이룩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새로운 국채수요를 창출하게 되므로 자칫 잘 못하면 방만한 재정정책을 불러올 우려가 있으므로 재정준칙의 엄격한 적용 등 재정면에서 또 다른 위기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시대라는 화폐금융사적 전환기에 잘 대응해 한국도 새로운 국제금융체제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때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트루스가디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