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대통령선거 후보 교체를 시도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국민의힘이 보여준 과정도 비판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민주주의 정당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고 평가했고, 조선일보도 “자기 후보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2일 <보수 혁신의 과제 보여준 국민의힘 단일화 대소동>이라는 사설을 통해 “새벽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32가지 서류를 발급받고 작성해 국회에 접수시키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라며 ”졸속 공고 후 한덕수 후보가 유일하게 등록했지만, 한 후보와 지도부 사이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만 나왔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한국 정당정치 역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오점을 남긴 이번 사태를 거치며 보수 정당의 혁신이 시급한 과제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내부 싸움에 골몰하는 정당에 존재의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후보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국민의힘의 대수술이 불가피함을 웅변해 준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도 이날 <이러고서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표 달라 하나>라는 사설에서 “국힘이 지난 24시간 보여준 후보 교체 시도는 막장극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며 “새벽 후보 취소·등록, 법정 다툼, 투표 강행의 이전투구를 하루 새 전부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명분 있는 단일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반대하는 표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면서도 “김·한 후보 단일화를 원했던 국힘 당원들마저도 후보 교체를 둘러싼 추태를 지켜보고는 반대표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후보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하나”라고 반문했다.
한국일보는 <당원들이 막은 후보 교체 막장극, 국민의힘 환골탈태하라>라는 사설을 통해 “김 후보가 후보 선출 이후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저버린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만 후보 등록 신청을 받은 것은 상식적 정당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당 안팎에서 ‘북한에서도 이렇게 안 한다’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 등 힐난이 쏟아진 것은 지도부가 스스로 정당 민주주의를 저버린 탓이 크다”며 “한 예비후보도 국민의힘 경선 과정을 건너뛰고 대선 후보로 무임승차하려다 '50년 공직' 경력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입장에선 대선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절박했다손치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건 절대 안 된다”며 “이러한 정당이 대선에 후보를 내세운들 국민이 찍어줄 리도 만무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자멸한 국힘 ‘후보교체 난리’, 민주정당이라 할 수 없다>는 사설에서 “후보 단일화에는 80% 넘게 찬성했던 당원들은 지도부 주도의 비민주적 후보 교체엔 반대표를 던졌다”며 “친윤 주류의 오만한 행태에 대한 당원들의 심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친윤계가 장악한 국민의힘의 내부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거듭 확인한 것은 물론,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유화된 상황을 극명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