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을 거부하자, 언론은 이 대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고, 조선일보는 지난 대선에서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라졌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개헌을 언급하는 것은 내란 청산과 책임론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8일 <이재명, 개헌 아니라면 극단 대결정치 끝낼 대안 뭔가>라는 사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직후엔 자당 소속이었던 국회의장까지 나설 정도로 나라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폐단이 극에 달한 마당에 '내란을 덮으려는 시도'로 폄하하는 건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도, 대화와 타협도 실종된 채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는 지금의 정치체제를 5년 더 연장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설은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이 대표는 극단적 대결 정치를 끝낼 대안이 뭔지 구체적 방법론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이날 <李 대표, 대선 승리에 장애물 될까 개헌 반대하나>라는 사설에서 “3년 전 대선 때 4년 중임제 개헌과 이를 위한 임기 1년 단축을 약속하며 개헌에 적극적이던 모습과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수록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자기 진영이 동의하는 개헌과 국민투표법 개정만 하자는 것인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걷어내자는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제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눈앞에 다가온 선거 승리에 개헌론이 장애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고려를 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기우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개헌에 동의하는 것이 왜 대선 경쟁에 방해가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개헌이 진정한 '내란 종식'이다>라는 사설을 통해 “이 대표의 동의가 없으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이런 인식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 개헌은 후진적 권력 시스템을 개선해 국가 발전을 도모하려는 초당적 대계(大計)이지 특정 정파의 정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설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은 아직도 입만 열면 ‘내란 종식’을 얘기한다”며 “마치 민주당의 장기 집권이 내란 종식이란 뉘앙스”라며 “대통령의 비극을 정권마다 되풀이하는 한국 정치를 38년 전 낡은 헌법 체계에서 구출하고 분권형 권력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것이 진정한 내란 종식”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도 <李 내란종식 명분 개헌 반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사설에서 “현재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하며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이기도 한 이 대표의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가 좁고 단순한 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말하는 '내란 종식'이 윤석열 정부의 적폐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권력기관들이 경쟁하듯 먼지를 떨어낼 것”이라며 “이 대표는 이런 열망과 충정을 '5·18이라면 몰라도' 하면서 비웃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반면에 한겨레는 <헌법 파괴범 옹호 정당은 개헌 말할 자격 없다>는 사설을 통해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헌법에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국민의힘을 향해 “헌법을 보호하지 못한 정당, 헌법 위반자를 옹호하는 정당이 헌법을 고치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개헌을 말하기에 앞서 윤석열과 관계부터 정리하고, 계엄·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개헌 주장은 ‘내란 청산’과 ‘국민의힘 책임론’을 물타기하려는 정략으로 비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