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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 칼럼] 정치 오염 판결, 사법정의 흔든다

위증한 사람은 유죄, 위증을 시킨 사람은 무죄라는 이재명 판결
대한민국의 분열상이 정치를 넘어 사법의 영역까지 오염시켜 우려된다

지난 11월 2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KBS 야권 성향 이사 4명이 KBS를 상대로 낸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의 임명 제청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신청인들은 위원 5명으로 구성돼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 아래에서 여권 성향 KBS 이사 7명을 추천한 뒤 대통령이 이들 이사를 임명한 것은 위법하고, 따라서 여권 성향 이사진이 박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것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인 체제 방통위의 KBS 이사진 추천 의결 행위 자체에 법적 하자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KBS 이사 7명이 박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행위도 법적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11월 1일 MBC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이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한 데는 그 동안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편파방송을 해 왔다는 MBC 제3노조 등의 비판이 비등하고 있어 개편의 시급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이사 3명은 새 이사진 임명에 대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이 8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방통위 측은 불복해 항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8-2부(정총령 조진구 신용호 부장판사)는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 등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방문진 차기 이사 임명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낸 신청에서 이를 받아들인 1심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이사진의 취임은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방문진법 제6조 2항을 근거로 들어 "후임 이사가 적법·유효하게 임명되지 않았는데도 임기 만료된 종전 이사의 지위가 임기 만료 즉시 일률적으로 소멸한다고 볼 경우, 이사회 결원에 따른 공백을 막을 수 없어 이 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은 5인의 상임위원으로 방통위를 구성하고 이들이 합리적 토론을 거쳐 재적 과반수라는 다수결의 원리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규정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상임위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2인의 위원만의 심의·의결에 따라 방문진 이사에 대한 임명을 결정한 처분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고,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차기 이사진 임명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걸었다. 새 이사진 임명의 집행을 정지시킨 2심 법원 결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복해 재항고하겠다고 밝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MBC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가처분결정과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결정도 신속하게 대법원에서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11월 22일 KBS의 판결이 나오자 MBC 제3노조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임기가 다 끝난 문재인 정부 추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이 MBC를 계속해서 감독하고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공영방송에서 공정성과 진실이 빛을 발하는 길이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1월 2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의 KBS 사장 후보자의 임명 제청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은 앞선 MBC 결정과는 정반대로 나와 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같은 사안에 대해 판사에 따라 판결이 정반대로 나오는 오늘날 한국의 사법 현실을 국민들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만에 하나 이러한 정반대의 판결이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것이라면 오직 사안과 법리에 따라서만 판결을 해야 할 사법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법정의는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오염되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KBS와 MBC의 정반대 판결을 보면서 오늘날 한국 사법부의 정치오염 심각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다시 모든 국민은 아니겠지만 상당수 일반국민들의 정서와는 다른 판결이 다시 나와 세간의 논쟁이 뜨겁다. 11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서울 우신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원 생활을 거쳐 2004년 광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앞서 이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형사34부 한성진 부장판사와는 연수원 동기라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날 1심 선고에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자신의 주장을 수차례 설명하고 변론 요지서를 제공했으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에 관해 언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대표가 김씨에게 어떤 사실에 관한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거나 김씨로 하여금 위증하게 하려는 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의 위증 혐의는 일부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2019년 2월 재판에서 “이 대표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구속 전 ‘김 전 시장이 KBS 측과 협의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 등 네 가지 증언에 대해선 위증을 인정했다. 반면에 “김 전 시장 캠프에서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고 가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취지 등 두 가지 발언은 무죄로 판단했다. 전자는 사실과 다르고 후자는 김씨의 기억이라는 취지에서다. 이날 재판부가 위증한 사람은 유죄, 위증을 시킨 사람은 무죄를 선고한 건 고의성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증한 사람은 유죄, 위증을 시킨 사람은 무죄라는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판결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경제학도로서 이처럼 복잡한 사법부의 판단을 논의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KBS MBC 건처럼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판결, 그것도 공영방송이라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판결이 나오고, 이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판결에 상당수 일반국민들의 정서와는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보니 법률 문외한인 경제학도로서도 과연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정의가 살아 있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MBC KBS의 상반된 판결, 이어서 위증한 사람은 유죄, 위증을 시킨 사람은 무죄라는 이재명 판결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분열상이 정치를 넘어 사법의 영역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듯하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