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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청년 시론] 인생의 어른 있다면 ‘주례 없는 결혼식’ 할 수 있을까

나는 만 26세에 결혼했다. 대학 졸업하고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으니 대학교 4학년부터 결혼 준비한 셈이다. 번듯한 직장도 없는 상태에서 결혼했다. 그래서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결혼 허락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20살 때부터 혼자 서울 올라와 부모님 도움 받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 큰 점수가 되었다. 당신의 귀한 딸을 굶기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줬던 것 같다. 물론, 애초에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혼자 서울 올라왔을 때도 잘 헤쳐 나갔으니 우리 아내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아내에게 먼저 결혼하자고 말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결혼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남과 비교하다 보면 더 많은 걸 가진 사람들처럼 갖춰야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그게 아닌 걸 진작 알았다. 내가 가진 게 얼마큼이든 그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또 그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결혼 생활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 알아서 나는 불안하지 않았고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말한, 내 삶의 이 모든 방향성은 처음부터 갖췄던 건 아니다. 내가 스스로 깨달은 것도 아니다. 먼저 성공적인 결혼을 해온 어른들로부터 배운 거다. 결혼 생활이란 내 마음대로 혹은 내 나름대로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평생 배우고 양육 받아야 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어른들 중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을 결혼식의 주례자로 모셨다.

 

 

오늘날 청년들을 보면 어떤가. 애초에 결혼도 잘 안 하거니와 결혼하더라도 주례 없는 결혼식을 진행한다. 물론 그들에게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청년들의 결혼 거부 현상과 그로 인한 저출산 문제가 과하다. 결혼하지 않는 게 멋진 선택이라는 의견에 비해, 결혼이 좋은 ‘선택’이라는 의견이 현저히 부족하다.

 

그나마 결혼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주례 없는 결혼식이 유행하는 건 못지않게 안타까운 일이다. 주례가 물론 형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례자가 부부에게 주는 양육은 결혼식에서만 하고 마는 게 아니다. 결혼 전부터도 그렇고 결혼 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비록 형식이더라도 인생 최고의 스승을 주례자로 모시고 가족 앞에서 주례 듣고 선언하며 결혼식 올리는 게 행복한 결혼 생활 위해 맞는 흐름이다. 과거에 자주 그랬듯 그저 사회적 지위 높은 사람을 주례자로 모시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

 

물론, 오늘날 청년들이 결혼 거부하고 주례 없애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과거 문화대로 강요받듯 결혼하고서 불행하게 사는 선배 세대의 모습을 많이 보니 당연히 따라가고 싶지 않고 조언도 받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선배 세대 중 과거의 잘못된 문화에 이끌리지 않고 모범적인 결혼 생활해 온 사람도 많다. 우리는 그런 선배들에게 끊임없이 멘토링과 조언을 구해야 한다.

 

결혼 생활에 있어서 친구나 동료의 조언은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결혼 생활의 세부적인 부분에서 도움 줄 수는 있지만 큰 방향성에서는 도움을 못 주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우리는 우리 삶과 결혼 생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선배 세대의 지혜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선배 세대의 지혜가 담긴 주례가 비록 재미없는 형식처럼 보이더라도, 주례라는 전통은 건전한 결혼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음 세대에게도 꼭 전해줘야 할 문화다.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