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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청년 시론] 나는 SOLO, 금쪽같은 내 새끼, 돌싱글즈… ‘일반인 예능’의 자극에 주의하라

방송 출연한 일반인이 연예인보다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있다. 연예인이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가 그렇다. 대표적인 예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가 프로 가수보다 큰 사랑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오디션 역사상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왔던 2010년, ‘슈퍼스타K 시즌2’ Top 11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랫동안 차지했다. 가창력과 스타성만 보면 프로 가수보다 부족한 게 훨씬 많은 오디션 출연자가 왜 그렇게도 큰 사랑을 받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프로 가수들이 주로 하던 음악은 아이돌 음악이었고, 대중은 조금 더 고전적인 음악도 듣기를 원했다. 이를 오디션에 출연한 일반인들이 해줬다.

 

현재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예능 SBS Plus ‘나는 SOLO’,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MBN ‘돌싱글즈’ 등 또한 일반인이 주인공이다. 그런 만큼 그 주인공들이 출연하는 것만으로는 화제를 불러오기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 이 방송들이 웬만한 예능을 이길 수 있었던 걸까.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감히 방송에서 보이지 못하는 자극적인 모습을 일반인 출연자들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TV 방송에 심심함 느꼈던 대중은 더 자극적으로 방송 만드는 유튜브로 옮겨 갔다. TV가 이런 상황을 뚫어낸 방법 중 하나는 유튜브 못지않게 자극적인 방송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들은 자기 삶의 자극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우니 일반인을 많이 출연시켰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게 일반인들의 온갖 가정사, 돌발 행동 등 자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대중의 호기심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반인이라 연예인만큼의 출연료를 줄 부담도 적어진다.

 

그래서 우려되는 것도 많다. 일반인들의 고민을 들어줬던 KBS ‘안녕하세요’, 특이한 일반인을 찾았던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굳게 결심하고 방송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출연한 일반인도 있지만, 그냥 관심받고 싶거나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방송이 채워질 때가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면서 방송의 순수성이 점점 사라지고 퀄리티 역시 떨어져 결국 폐지되었다. 방송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PD가 먼저 방송의 취지에 맞는 일반인을 찾고 섭외하기도 했다. 원래는 일반인이 먼저 출연 신청을 해야 하는데, 방송을 지키고자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다. 뭐가 되었든, 이러한 점이 주로 일반인이 출연하는 방송을 제작하는 PD의 고뇌 포인트다. 일반인 신동을 찾았던 SBS ‘스타킹’, 가수가 되고자 하는 일반인을 찾았던 ‘슈퍼스타K’ 등도 마찬가지다.

 

 

‘나는 SOLO’의 전신 프로그램 SBS ‘짝’은 한 출연자가 방송 촬영 중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폐지되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려면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방송에 나올 상태가 아닌데 억지로 혹은 방송 취지에 벗어난 이유로 출연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방송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아도 거부하는 게 맞다. 또한, 일반인이라도 방송 출연하는 순간 영향력이 생겨 힘든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그 모든 것까지 출연자가 잘 감당할 수 있도록 PD가 출연자를 잘 교육시키고 보호해야 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더 우려가 된다. 모자이크도 없이 아이들의 돌발 행동을 방송에 보여도 되는 건가? 이는 ‘금쪽같은 내 새끼’의 몇 안 되는 연예인 출연자, 쥬얼리 출신 이지현이 말해준다. 이지현은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아들의 문제를 보인 바 있는데, 몇 년이 지난 후 C채널 ‘힐링토크 회복’에 출연해 말하기를 아들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보였던 모습 때문에 아들이 지금까지도 놀림받는다고 한다. 그녀처럼 방송에서 말할 자리가 없어서 그렇지, 비슷한 어려움 겪는 일반인 출연자는 많을 것이다.

 

그럼 일반인 예능에 담겨 있고 애초에 담기 쉬운 ‘자극 요소’는 무조건 악할까? 그건 아니다. 자극은 얼마든지 선하게도 악하게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나는 SOLO’ 모태솔로 편을 생각해보자. 사회에는 분명히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본 소위 ‘모태솔로’가 있기 마련이고 연예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텐데,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 생각하느라 그런 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인 중 ‘나는 SOLO’ 모태솔로 편에 출연한 사람이 있다면, 시청자 중 모태솔로로서 힘들어했던 사람이 방송을 보며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시댁과의 갈등이 심각한 일반인 가정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낸다면 어떤가. 사실 화목한 가정이 훨씬 많음에도 미혼 청년들이 그런 방송을 보며 느낄 두려움은 결혼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일반인이 출연하든 연예인이 출연하든 방송의 선과 악은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이 방송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기들끼리 잘 논다”, “쇼윈도 아냐?” 하며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된다. 연예인이 자신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엉뚱한 데 쓰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악한 자극을 만들며 방송 출연하는 것보다, 특별한 자극 없이 출연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오는 연예인이 오히려 더 선한 방송을 만들 수도 있다. 대중의 사랑을 이미 많이 받고 있는 연예인이 방송에서 아기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에 따라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청년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드러나고 또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이토록 사소한 부분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당신은 연예인인가? 그렇다면 당신의 영향력을 선한 데 사용하도록 하라. 당신은 일반인인가? 그렇다 해도 당신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간다면 그 전에 철저히 준비하라. 당신은 PD인가? 그렇다면 자극을 만들되 선한 자극과 시청률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라. 일반인을 출연시켜서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출연료를 비싸게 주더라도 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제작비 많이 들여서라도 양질의 방송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라.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