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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청년 시론] 기회·도전·매너리즘 극복 위한 경쟁 '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 계급 전쟁과는 무관한 기회·도전·매너리즘 극복 위한 경쟁
백수저, 레거시 미디어·대중에게 인정받아…1라운드 부전승은 그들의 능력 인정
흑수저, 기존과 다른 음식 통해 신박함 줘…지더라도 유명해 질 수 있어
'나가수'에서도 기존에 방송 출연 많았던 가수보다 방송 노출 적었던 가수가 더 큰 주목 받아

‘계급 전쟁’을 부제로 단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경연 참가자들의 계급은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뉘었다. 백수저는 쉽게 말해 유명 요리사, 흑수저는 무명 요리사라 볼 수 있다. 흑수저에도 유튜브나 다른 예능 통해 꽤 이름 알린 승우아빠(목진화), 평가절하(박정현) 등 있지만, 백수저에는 오로지 요리사로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를 통해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들이 속해 있기에 흑수저는 이들에 비하면 무명이 맞다.

 

흑수저에는 요리사 80명, 백수저에는 20명이 속했다. 흑수저는 1라운드에서 20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백수저는 20명 모두 부전승이었다. 이때부터 작은 논란이 있었다. 백수저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부전승하는 건 불공정하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백수저 요리사들이 레거시 미디어에 섭외받고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아 유명해지기까지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것이 다 옳지는 않고 다른 실체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요리사이기에 이들이 만든 음식의 실체는 알기가 쉽다. 직접 이들의 식당에 가서 먹어보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손님들에게도 인정받은 사람들이 백수저다. 그런 점에서 백수저의 부전승은 불공정하지 않다.

 

애초에 백수저가 유리한 계급도 아니었다. 이미 스타인 사람이 경쟁 예능에 출연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가? 백수저의 음식은 심사위원 백종원과 안성재라면 이미 알고 있을 테니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흑수저의 음식은 심사위원이 기존에 먹어보지 못했던 거라 신선하기도 하다. 또한 흑수저는 실수한다고 해도 백수저에 비해 티가 덜 난다. 백수저는 조금만 실수해도 흑수저보다 마이너스가 크다. 백수저가 경쟁 예능에서 지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잃을 게 많지 않은가? 이겨봐야 본전인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면, 흑수저는 져도 잃을 게 많지 않고, 이길 경우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경쟁 예능에서는 기존에 방송 노출이 적었던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예로, 프로들의 경쟁 예능 중 원조라 불리는 MBC ‘나는 가수다’에서도 기존에 “얼굴 없는 가수”라 불렸던 김범수, 박정현, 더원 등이 가장 주목받았다. 이들의 히트곡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애초에 방송 출연이 적었던 가수들이라 노출된 게 적었던 것이 이들의 신선함과 다양한 무대를 향한 도전 정신을 뽐내는 데 도움됐다. JTBC 예능 ‘싱어게인’에서도 한때 유명했던 가수들보다 데뷔 이후 쭉 무명 가수였던 이승윤, 김기태, 홍이삭이 더 큰 사랑을 받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흑백요리사’ 2라운드에서 심사위원이 안대 쓰고 심사하는 건 오히려 백수저에게 도움됐을 것이다. 또한 3라운드부터 심사위원이 다시 안대를 쓰지 않으면서 백수저에게 불리한 상황이 다시 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승도 흑수저에 속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 거머쥐었다.

 

과연 백수저 요리사들은 무엇을 얻고자 경쟁 예능에 출연했을까? 출연료야 받겠지만 그게 백수저에게 그리 필요하진 않았을 거다. 예측해 보건대, 그간의 매너리즘 떨쳐내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어 출연 결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런 모습 역시 감동적이다 보니, 백수저 에드워드 리가 결승전에서 흑수저에게 지고도 현재 대중으로부터 큰 찬사를 얻고 있는 게 아닐까.

 

계급 전쟁으로 시작한 ‘흑백요리사’. 결과적으로 이들의 경쟁은 계급과 무관했다. 흑수저든 백수저든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최선 다한 요리사는 얻고 가는 게 많았다. 이들의 경쟁은 상대 계급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흑수저는 백수저 앞이라 해도 기죽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백수저는 자신이 백수저라 해도 끝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부딪쳐야 했다.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