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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은밀한 사생활, 中해커들이 다 들여다봤다… 중국산 IP캠이 범행 도구

29일 주간조선 단독 보도… 중국 음란 사이트에 가정집부터 헬스장, 산부인과 분만실까지
"방에 설치된 중국산 홈캠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와 아내가 놀라 비명 지르고 잠에서 깼다"
해커들, 실시간으로 사생활 들여다보다가 고의로 캠으로 소리 내 한국인 놀라게 하기도
영상 촬영용뿐 아니라 청소기에도 IP캠이… 중국 제조사들 "원래 세팅이니 싫으면 바꿔라"

 

우리나라에서 CCTV 대용으로 쓰고 있는 중국산 IP캠을 통해 한국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이 죄다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음란 사이트에는 IP캠으로 한국인들이 촬영된 영상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또, 해커들이 실시간으로 IP캠으로 사생활을 엿보면서 고의로 소음을 내 한국인들을 놀래키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국내에서는 CCTV로 인식돼 널리 사용되는 중국산 IP캠의 80% 이상이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게다가 영상 촬영용이 아니라 청소기 같은 제품에도 이런 IP캠이 심어져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29일 주간조선에 따르면, 해킹된 영상은 중국의 음란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었으며, IP캠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공간을 중국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주간조선이 지난 9월 6일부터 25일까지 L 중국 음란 사이트를 취재한 결과,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들은 아파트 같은 가정집은 물론이고 필라테스 및 폴댄스 스튜디오, 룸카페, 코인노래방, 산부인과 분만실, 공간대여 파티룸, 의류매장, 펜션 수영장, 왁싱숍, 피부 마사지숍 등 한국인들이 상적으로 방문하고 신체를 노출할 수밖에 없는 공간들을 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충청북도 청주시의 촬영 스튜디오, 서울 G 스포츠센터 로커룸, 강남 Y병원 주사실 등 구체적 지명이나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제목의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즉 IP캠이 설치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곳’,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해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커들이 고의적으로 소리를 내며 한국 커플의 사랑을 방해했다. 남자는 겁에 질렸다.

 

이것은 음란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의 제목이다. 한 가정집에서 갑자기 고주파 기계음이 들린다. 알몸 상태로 있던 두 남녀와 강아지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렸다. 놀란 얼굴의 남자가 카메라와 눈을 마주친 순간 영상은 끝이 난다. 중국 해커들이 한국인들의 내밀한 사생활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다가 고의로 놀라게 했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중국산 IP캠을 1년 넘게 사용하고 있던 김씨는 지난 8월 아내와 아기가 함께 자고 있는 방에 설치된 홈캠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고 주간조선에 전했다. 김씨는 “밤중에 아내가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고 잠에서 깼었다”며 “정확히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고 해서 해킹을 의심하고 있다. 너무 소름이 끼친다”고 전했다.

 

IP캠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카메라다. 방범용, 감시용, 돌봄용 등의 목적으로 촬영 및 녹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CCTV(폐쇄회로)와 비슷하지만 CCTV에 비해 비해 기능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판매량이 훨씬 많다. IP캠은 평균적으로 10만~30만원에 설치가 가능하지만 CCTV는 300만원 이상의 설치비용이 든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중국산 IP캠은 서버 혹은 기기 자체에 ‘백도어’를 심어둔 제품이 많다고 한다. ‘백도어’란 뒷문이라는 뜻인데, 제조 때부터 제조사만 드나들 수 있는 뒷문을 열어두고 사용자의 정보를 몰래 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제조사는 ‘원래 세팅이 그렇기 때문에 싫으면 바꿔라’는 식으로 당당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런 IP캠 해킹 위험도에 대한 경계심이 낮다. IP캠을 사용하는 기업체의 64.8%는 IP캠을 비롯한 정보보호제품의 국산, 외산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범죄의 규모만큼이나 피해 신고가 자주 들어오고 강력히 조치가 되어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자신의 얼굴이 IP캠 해킹으로 외부에 노출이 됐는지 피해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주간조선에 말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