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그동안 당내에서 금투세 시행 유예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던 이소영 의원은 10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지금은 금투세 시행보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비포장도로라면 해외시장은 통행세가 있지만 우리 시장보다 훨씬 투명하고 수익률이 높은 '아스팔트 도로'"라며 "이런 상황에서 비포장도로가 '포장도 안 깔고 통행세를 받겠다'고 한다면, 이용자들은 바로 옆 ‘아스팔트 도로’로 빠질 것이 분명하고, 비포장도로는 한산한 비인기 도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을 비롯해 이연희, 전용기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가 필요하다는 이 의원의 주장에 공감했다.
그러자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이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상법 개정으로 우리 주식시장을 먼저 선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금투세를 일단 유예하고 상법을 개정한 후 우리 주식시장이 건전해지면 금투세를 다시 시행하자는 주장에는 공감이 가질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의원은 비포장도로인 상태에서 통행세를 걷으면 안 되고 깔끔하게 포장한 후에 걷자는 비유를 했다"며 "저는 통행이 불편하다 해도 그 도로를 이용해 이동시간 단축 등 편익을 보았다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의원은 12일 자신을 향한 진 의장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의원은 진 의장을 향해 "오늘 올리신 글 중에 내 비유를 잘못 이해하신 부분이 있어 그 부분만 바로잡고자 한다"며 "비포장도로에 통행세 걷지 말자고 한 취지는, 그 도로가 울퉁불퉁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옆에 '아우토반' 같은 대체도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주식 투자가 보편화되어 이제 핸드폰 몇 번 만지면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시장은 통행세가 있지만 우리 시장보다 훨씬 투명하고 수익률이 높은 ‘아스팔트 도로’”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도로가 ‘포장도 안 깔고 통행세 받겠다’고 하면, 이용자들이 바로 옆 ‘아우토반’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 도로는 통행량이 줄어들어 한산한 비인기 도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또 “같은 당에 소속된 의원들끼리 대면하여 토론할 기회가 열리지 않아, 페이스북을 통해 논쟁하고 있는 현 상황이 매우 낯설고 안타깝다. 저는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의원들이 모여서 이런 논쟁을 할 수 있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해 왔다”며 “그러나 정책위는 아직도 제 요청에는 아무런 응답이 없고, 2:2로 단 4명만 출연하는 ‘생중계 공개토론’을 월말에나 한다고 한다. 정책위가 왜 이렇게 상황을 방치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