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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 읽기] 美 민주·공화 모두 '北 비핵화'에 무심… “北 오판 막을 방안 찾아야”

“정부는 현 상황 무겁게 받아들이고, 모든 가능성 열고 우리를 지킬 방안 찾아야”(조선)
“누가 집권하더라도 실제 정책에선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중앙)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우리의 반대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밝히는 일이 화급”(세계)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출정식 격인 민주당 전당대회가 19일(현지 시각) 시카고에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 맞춰 향후 정책 방향을 담은 대선 공약집 성격의 정강 정책도 공개했다. A4 용지 92쪽 분량의 정강에서 민주당은 “(집권 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의 동맹, 특히 한국의 곁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이번 정강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문제는 빠졌다. 민주당은 2020년 정강에선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longer-term) 목표로 제시한 뒤,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발표한 공화당 정강뿐 아니라 민주당조차 한반도의 핵심 현안인 북한 핵 문제를 제외하며,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북한 핵 문제가 슬며시 실종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은 21일 자 사설을 통해 “정부는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빠진 배경을 면밀히 파악하고, 누가 집권하더라도 실제 정책에선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가동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외교·안보 정책의 총체적 점검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나리오별 대책도 서둘러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美 민주·공화 모두 사라진 '北 비핵화', 우리는 이대로 문제없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느 당이 집권하든 차기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대신 핵 군축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핵 군축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그런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북한은 우리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려 할 것이다. 핵보유국이 돼 한국 위에 올라서겠다는 북의 오랜 집념이 이뤄지게 된다. 국가적 위기라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작년 한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협의그룹(NCG)을 가동했고, 지난달엔 미국의 핵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해 대응하는 ‘일체형 확장 억제’ 핵 작전 지침에 합의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에선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국의 핵우산이 이전보다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미국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년 전 합참은 북한이 2027년쯤 핵무기 200기 이상을 보유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지금은 그 시기가 더 앞당겨졌을지 모른다. 이것이 현실이 되면 미국은 북한 비핵화보다 한국의 핵무장을 막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며 “핵이 없는 한국은 북한뿐 아니라 더 많은 핵을 가진 중국·러시아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북·러는 한쪽이 공격당하면 자동 개입한다는 사실상의 동맹 조약에도 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민주·공화당이 모두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를 지웠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우리를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미국 대선서 사라진 ‘북한 비핵화’…북한 오인 없도록 관리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핵 확산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미국의 양대 정당 모두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우리가 북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현실의 확인과 동시에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순간 동북아의 안보 지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더라도 비핵화는커녕 군축 협상으로 변질되어 북한의 위상만 높여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정부는 민주당이 새 정강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고 환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북핵 문제가 빠진 배경을 면밀히 파악하고, 누가 집권하더라도 실제 정책에선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가동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말로만 ‘빛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이 아니라 양국의 전략적 목표부터 일치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동시에 한·미·일 공동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키로 한 기존의 합의들이 유효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다음 달 예정된 유엔총회를 기해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비핵화가 국제사회 공동의,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정책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세계일보는 <美 민주당 정강도 北 비핵화 삭제, 北 오판 막을 대책 세워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가 정강에서 빠진 점은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일절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허해 보일 수 있는 비핵화 및 대북 외교 관련 언급을 하기보다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쪽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북한 인권 문제 역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만 있을 뿐 ‘북한 정권이 총체적 인권유린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정강에서 빠졌다고 미국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진 않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밀려 한반도 문제가 미국의 정책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라며 “이럴 경우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8일 발표된 공화당의 정강도 2016년·2020년 트럼프가 대선 출마 때 채택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 요구’와 같은 문구를 삭제했다.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변화는 불가피하다.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우리의 반대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밝히는 일이 화급하다. 외교·안보 정책의 총체적 점검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나리오별 대책도 서둘러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