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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 읽기] 尹 ‘통일 독트린’… “실효성 위해선 김정은과 대화도 필요"

“두 쪽 난 광복절 경축식서 나온 통일의 이념적 이분법은 국론 분열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아”(동아)
“북이 일시 반발하겠지만, 북 정권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 아래로부터 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어”(조선)
“현실성 있는 담론을 제시해야 설득력 가질 통일 독트린의 속성상 이번 발표엔 아쉬움도 적지 않아”(중앙)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국론만 분열시키는 통일론에 무슨 힘이 생기겠는가”(경향)
“흡수통일이라는 이념적 푯대만 강조하며, 국민 생존과 직결된 평화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아닐 수 없어”(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79주년 경축사에서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의 역량 배양과 북한 주민의 변화, 국제 연대 강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을 향해선 실무 차원 ‘대화 협의체’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이 남북 화해 협력을 통해 단계적 통합을 이룬다는 기존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주민의 자유 열망을 자극해 북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통일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내부의 통일 역량을 키우려면 ‘가짜 뉴스’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허위 선동으로 사회를 교란하는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를 “검은 세력” “반자유, 반통일 세력”으로 지칭하고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해 맞서야 한다”고 했다. 북한 주민 변화를 위해선 인권 개선과 함께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경축식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으로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야당, 국회의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동아일보는 <尹 ‘통일 독트린’… 실효성 안 보이는 ‘자유 확장’ 선언>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통일 독트린은 ‘자유 통일’이라는 이념적 선명성에 집중하다 보니 우리 정부의 현실적인 대화 상대여야 할 북한 정권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략은 사실상 전무했다”며 “재작년의 ‘담대한 구상’이 그저 일방적 선언에 그쳤던 것처럼 이번 대화 제안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일회성 이벤트용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번 통일 독트린은 ‘반쪽’으로 치러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표됐다. 그 자리에서 나온 통일의 이념적 이분법은 우리 사회 내부의 국론 분열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관 확립을 위해 ‘사이비 지식인’ ‘검은 선동세력’에 맞선 투쟁을 역설했는데, 야당은 야권과 시민사회를 겨냥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 통합의 자리여야 할 광복절인데, 순국선열에게 거듭거듭 갈라진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만 내보인 하루였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경축식 파행에 아쉬움 남긴 통일 독트린…씁쓸했던 광복절>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 남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국가가 돼야 완전한 광복이 실현된다는 점, 세계 최악의 수준인 북한 인권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러나 북한이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성 있는 담론을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통일 독트린의 속성상 이번 발표엔 아쉬움도 적지 않다. 통일의 전 단계인 공존이나 평화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 보이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고 했다.

 

사설은 “또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 같은 언급은 북한을 자극해 독트린의 실현 가능성을 줄이는 역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며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의 허위 선동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아니라 우리 내부 정치세력을 겨냥한 듯한 내용이라 독트린에 적절한 언급은 아니라고 보인다. 윤 정부의 통일에 대한 의지가 오랜만에 확인된 점은 반갑지만, 이같이 디테일에서 드러난 한계들을 명확히 극복해야 독트린의 진정성과 현실성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화 문 열어 놓고 北 변화 이끌어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김정은이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 위로 연설을 하면서 ‘어르신’ 같은 한국식 용어를 썼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그 말투를 사용하면 처벌한다는 법까지 만들어놓고 스스로 한국식 용어를 썼다는 것은 김정은부터 한류 등에 빠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김정은은 한국 언론의 북한 수해 사망자 보도가 과장됐다며 ‘한국 쓰레기 언론들’이라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이 한국 보도를 거의 실시간 접하고 있다는 내부 현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작년 말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이 아니라 ‘분단’을 강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통일은 어떤 경우에도 회피해선 안 될 우리 민족의 역사적 과제다”며 “‘8·15 통일 독트린’에 북한이 일시 반발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고선 통일에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없다. 북한 정권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 아래로부터 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자유 통일” 외친 윤 대통령, ‘적대국 남북’ 해소가 먼저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통일 구상에 동력이 생기려면 우리 내부부터 의견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의 언어만 쏟아냈다. 자신을 비판하는 야당 등을 향해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 ‘검은 선동세력’이라고 했다”며 “윤 대통령 입장과 다르면 ‘반자유·반통일 세력’이라고 낙인찍었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국론만 분열시키는 통일론에 무슨 힘이 생기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통일 구상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분단 극복을 위한 현실적 방향, 북한이 관심을 가질 의제와 메시지를 담아야 했다. 그와 달리 윤 대통령은 북한 체제 붕괴를 전제하고,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을 노골화했다. 북한 정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니,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발상도 비현실적이다”며 “그래 놓고 남북 간 대화협의체를 제안했는데, 북한이 응하겠는가.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를 구실로 대북 전단을 방치하고 대북 확성기를 계속 틀겠다는 건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런 식이면 윤 대통령의 통일 구상은 독백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통일 항아리’, 박근혜 정부 ‘통일 대박론’도 말만 거창했지, 국내 동의를 얻지 못하고 남북 대결로 일관하다 사라진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현재 남북 관계는 군사적 대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남북이 서로 말을 붙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세를 관리하고, 대화의 모멘텀을 만드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광복절 두 쪽 내고 국민 비판에 선전포고한 윤 대통령>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고 한 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져야 할 당연한 인식이다. 그러나 분단 극복의 실효적 방법론이 빠진 번지르르한 수사에 그쳤다”며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면서 흡수통일 의사를 노골화했고,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가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흡수통일이라는 이념적 푯대만을 강조하며 국민 생존과 직결된 평화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독단적 주장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국민을 척결해야 할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세웠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야당과 비판 세력을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더니, 이제 ‘반통일 세력’ 딱지까지 붙였다. 또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한 것”이라며 “그러나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적 통일을 주장하면 반통일 세력이라는 건 얼토당토않은 궤변일 뿐이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통합의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분열만 부추기는 한 국가 지도자 자격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