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 관장을 ‘뉴라이트’ ‘친일파’라고 비판하자 김 관장은 “나는 국민통합사관을 주창해 왔으며, 친일파 주장은 100% 날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 회장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들은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본인에게 사실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여러 언론에서 사실확인 없이 이 회장의 말을 그대로 옮겨 자신을 뉴라이트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관장은 8일 오전 공식 취임했다.
앞서 정부가 김 관장을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자 광복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회장은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 관장 후보자 면접에서도 '일제시대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며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위 뉴라이트라 불리는 그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게, (정부가 수립한) 1948년도에 건국을 했고 그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그분(김 관장)의 얘기가 ‘1948년 이전에는 우리 국민은 없었다, 오로지 일본의 국민만 있었다’ 이런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는 학문의 자유니까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독립기념관으로 와서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발언을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김 관장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하지만 김 관장은 "이 논란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본인에게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은 없었다"며 "여러 언론에서 사실확인 없이 이 회장의 말을 그대로 옮겨 자신을 뉴라이트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신성대 '최보식의 언론' 논설위원에 따르면, 김 관장은 자신이 뉴라이트였던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역사학자로 뉴라이트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에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총장, 통일과나눔재단 운영위원장을 맡아 굶주린 북한 동포들을 돕기위해 북한을 백 번 넘게 들락거리느라 뉴라이트 근처에 가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여러 언론에서 이 회장의 주장만을 그대로 옮겨 자신을 뉴라이트로 만들었다며 어이없어했다. 이어 그는 그 기사를 쓴 기자 중 자신에게 전화해서 “뉴라이트 맞습니까?”라고 확인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8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 광복회장의 주장에 대해 “나는 뉴라이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일평생 독립운동가의 삶을 연구한 사람”이라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뉴라이트는 과거 운동권에서 활동하다가 우파로 전향한 인사들을 가리키지만, 역사학계에선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동조하는 학자들을 지칭한다”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독립기념관장 공모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선 “‘독립 정신을 널리 알려 국민통합에 기여할 분을 찾는다’는 공고 때문이었다”며 “역사 전쟁을 끝내지 않고는 좌우의 진영 대결을 해결할 수 없고,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의 장래도 비관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이 광복회장이 ‘일제 시대에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는 본인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는 “이 회장이 면접 당시 ‘일제 시대 우리 백성들의 국적은 어디입니까’라고 질문해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되찾아 국적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당시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지난 6일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3명 중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을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김 관장은 광복회가 뉴라이트 계열로 꼽은 후보 2명 중 1명이다. 보훈부는 임명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김 신임 관장은 독립운동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고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