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수단이 파리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TV방송에 집중됐다. 메달 색깔을 불문하고 선수들이 보여주는 환하고 유쾌한 모습에 국민들도 덩달아 기분이 들떴다. 그러다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이런 분위기에 냅다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언론들은 고작 한 선수의 불만 제기에 일제히 배드민턴협회를 문제아 취급하고 있다. 즐거웠던 올림픽 뉴스가 졸지에 짜증으로 바뀌어 버렸다.
안세영은 배드민턴협회와 감독 등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지 정확히 지적하지 않고 있다. 기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대표팀이 자신의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게 무슨 대단한 폭로인지 모르겠다. 7일 김택규 협회장은 “안세영의 부상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해줬다"면서 "올림픽 전 유럽 전지 훈련에 1500만 원 정도 예산을 들여 한의사를 파견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안세영은 협회나 감독이 선수 관리비용을 다른 곳에 유용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1500만원 정도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인가.
안세영의 태도는 TPO에도 어긋난다. 본인 스스로가 미안하다고 했듯이, 함께 고생하며 메달을 딴 다른 선수들은 안세영 때문에 제대로 웃지도 못한다. 팀 운영에 대해 선수로서 부당하다는 걸 호소하고 싶었다면 굳이 파리에서 그렇게 즉흥적으로 드러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배드민턴 대표팀 다른 선수들은 안세영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는 "여기까지 온 게 우리 힘만으로는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던 덕분이었던 것 같다"며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파트가 나뉘어 있어 저희는 그런 것(안세영의 주장)들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분명히 말했다. 안세영이 자의적으로, 자기 중심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안세영에겐 거짓말 의혹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6일 오후 파리의 코리아하우스에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들이 나오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안세영은 참석하지 않았다. 체육회는 "안세영 선수의 본인 의사에 따라 불참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안세영은 귀국 전 기자들에게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은 “기자회견을 안 나간 것도 딱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저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체육회에서는 선수 의사로 안 나왔다고 했는데 아니었나’고 묻자 안세영은 “저한테는 다 기다리라고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도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교묘한 화법이다. 안세영은 누가 자신에게 ‘딱 기다리라’고 ‘아무 말도 말라’고 했는지, 그게 체육회인지 배드민턴협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안세영에게 기자회견에 나가지 말라고 감히 말을 꺼낼 ‘간 큰’ 협회 관계자가 있을까. 김택규 협회장은 "그런 적 없다. 나도 (안세영이 기자회견에) 안 나온 게 좀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은 틈날 때마다 약자와 강자의 구도를 만들어 마치 ‘언론은 사회적 약자의 편’인양 스스로를 호도한다. 집단최면에 빠진 것 같다. 지난해 서이초 여교사의 사망이 교권 추락의 대명사인 것처럼, 숨진 여교사가 사회적 악폐의 희생양인 것처럼 몰아가며 기사를 썼지만 그런 일은 애당초 없었다. 기자들 스스로가 '정론직필'은 까먹어도 그만인 애국가 4절 취급한다. 특정인 한 사람만 밀어주고 반대편은 매도하는 게 언론이라면 그런 언론이 바로 사회적 악폐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