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의 한 명으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난달 31일 불러서 조사했다. 2021년 11월과 12월 등 두 차례 비공개 소환한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이번 검찰 조사는 그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집중됐다. 대법관 퇴임 후 11개월 동안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있으면서 변호사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다. 검찰은 정작 권 전 대법관의 핵심 의혹인 재판 거래 관련 조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2일 자 사설을 통해 “검찰 내부에선 ‘김 씨가 혐의를 부인해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없으면 정황 증거로도 수사할 수 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그간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세 차례나 기각했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 압수 영장만 발부했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법조 카르텔’ 의혹은 대장동 사건의 중요한 한 축이다. 김 씨가 법조 인맥을 배경으로 대장동 사업을 추진해 온 만큼 50억 클럽 외에 또 다른 연루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이 시늉만 내는 수준의 수사로 그 전모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계일보는 “3년 가까운 기간 검찰이 한 일이라곤 두 차례 비공개 소환조사와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고작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며 “검찰이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수사에 속도를 내 국민이 공감할 만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2년 7개월 만에 권순일 소환, 재판 거래 의혹 이대로 묻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판결을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법원판결을 전후해 김 씨가 권 전 대법관 사무실을 8차례 찾아갔고,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에서 고문료 1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두 사람은 부인하지만, 재판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은 합리적 의심이다. 김 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이 지사 무죄 청탁을 했다는 말을 김 씨에게서 들었다는 대장동 업자 증언도 나왔다. 사실이면 대법원이 문을 닫아야 할 중차대한 사건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문재인 정권 검찰은 사실상 수사를 뭉갰고, 정권 교체 후에도 검찰은 수사를 미루다 이제야 겨우 소환 조사를 했다. 검찰에 수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김 씨가 혐의를 부인해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없으면 정황 증거로도 수사할 수 있다. 그런 수사가 한둘이 아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그간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세 차례나 기각했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 압수 영장만 발부했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그사이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자진 철회 요구를 무시하고 변호사로 등록한 뒤 대법원 사건을 수임했다.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라면 적어도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자제했어야 마땅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데는 검찰과 법원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권순일, 2년 반 만에 3번째 소환… ‘50억 클럽’ 수사 시늉만 내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권 전 대법관 외에 다른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더디다. 50억 클럽으로 언급된 6명 가운데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법조인이다. 이 중 기소된 사람은 박영수 전 특검과 곽상도 전 의원뿐”이라며 “고위직 검사 출신 2명은 한 차례 서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을 뿐 그 이후론 아무 소식이 없다. ‘법조 카르텔’ 의혹은 대장동 사건의 중요한 한 축이다. 김 씨가 법조 인맥을 배경으로 대장동 사업을 추진해 온 만큼 50억 클럽 외에 또 다른 연루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시늉만 내는 수준의 수사로 그 전모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檢 권순일 소환조사, ‘재판 거래’ 의혹 진상 철저히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법치국가의 상징인 최고법원 구성원을 지낸 인사가 피의자 신분이 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은 이번 소환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 권 전 대법관이 연루된 모든 의혹의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권 전 대법관의 법적 책임을 명명백백히 가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설은 “권 전 대법관이 50억 클럽 의혹 등과 관련해 고발을 당한 것은 2021년 9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3년 가까운 기간 검찰이 한 일이라곤 두 차례 비공개 소환조사와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고작이다. 이 전 지사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이후에는 당 대표가 되자 그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며 “옛말에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라’고 했다. 검찰이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수사에 속도를 내 국민이 공감할 만한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