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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 참사 “북한 오물풍선,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때문"

조선일보 인터뷰 “(오물 풍선에 대해)내가 북한 출신인 것에 대해 유일하게 수치와 망신을 느끼게 하는 행위”
“북한의 2인자, 3인자 다 거짓말, 최고 존엄 외에는 다 노예… 북한의 노인들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 참사는 “허황된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수억만금을 탕진하고 2500만 국민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킨 김정은 체제를 더 견딜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국에서 ‘북한 권력 2인자’로 알려져 있는 김여정에 대해 “김여정은 이름만 빌려줬을 것”, “최고 존엄 외에는 다 노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조선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리 전 참사는 “기사가 나가면 북한 당국은 나를 인간 쓰레기로 모는 공격을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인권 참상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 생활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북한 외무성 사람들은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며 “당시 1달러가 북한돈 8000원 정도였으니 외무성에서 내 월급이 0.3달러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는 월급을 달러로 받으니 조금 낫다”며 “쿠바 참사 때 월급으로 500달러(약 69만원)를 받았다”라고 전하면서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리 전 참사는 “외교행낭을 이용해 불법 시가 담배 장사를 해서 부족한 돈을 보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북한에 갈 때,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외교 특권을 이용해 1인당 외교 행낭에 150~200갑 정도 시가를 넣어 중국에 보내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나오는 순이득은 1회당 1만5000~2만달러다. 쿠바는 시가 장사가 잘되다 보니 이를 통한 이윤만 가지고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미사일 시험은 어떻게 봤나’라는 질문에 “초기에는 핵·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가 나면 긍지나 자부심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미사일에 엄청난 자금이 투하된다고 사람들이 아는 순간부터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며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허황된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수억만금을 탕진했다. 나라 경제를 황폐화하고 2500만 국민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켰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북한의 노인분들은 ‘일제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리 전 참사는 이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어떻게 봤나’라는 질문엔, “내가 북한 출신인 것에 대해 유일하게 수치와 망신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며 “오물 풍선은 북한 정권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왜 그렇게 나왔을까’란 질문에는 “개인적 견해로는 오물 풍선 살포 기획은 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 집행은 총참모부 등 군부, 언론 보도는 선전선동부가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세 기관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오직 최고지도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무모함만 가지고 일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만약 외무성이 포함돼 있었더라면 이 정도로 몰상식하고 더러운 계선(界線)까지는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리 전 참사는 ‘김여정 명의로 담화를 발표했는데?’라는 질문에 “김여정은 이름만 빌려줬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김여정도 참 안쓰럽다.”며 “김여정의 위상과 파워가 어떻다든가 2인자, 3인자라든가 다 거짓말이다. 북한 사회 자체는 유일 통치다. ‘최고 존엄’ 외에는 다 노예일 뿐”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리 전 참사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라는 인터뷰 질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통일이 된다는 가정이나 믿음이 없으면 살기 힘들다”며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회에 선진 문화와 과학기술을 도입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현충일 기념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 암흑의 땅에 광명을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좀 생각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권구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