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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 읽기] 트럼프 피격, 국내 언론 한 목소리… "정치 양극화, 증오의 악순환 끊어야"

정치 양극화, 극렬 팬덤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해(조선)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어(중앙)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말란 법 없어(동아)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정치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한겨레)
트럼프 피습이 또 다른 정치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지 않을지 우려돼(경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피격당했다. 13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하던 트럼프 후보는 날아든 총탄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았다. 저격범은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20세 청년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약 15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반자동소총으로 8발을 쐈고,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15일 자 사설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일제히 규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며 “그러기 위해선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를 중단하고, 정치인들부터 증오를 부추기는 언사를 삼가는 등 더 늦기 전에 정치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피격, 피 부르는 극단의 증오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법치국가에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유권자들과 활발히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악랄한 범죄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일이 국경을 초월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이 사건들의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주요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범행 동기를 예단해 온갖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한 것도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번 사건 역시 미국 대선을 넉 달 앞두고 벌어졌다. 공화당에선 이번 사건을 바이든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거세다. 바이든이 ‘트럼프는 어떻게든 막아야 할 파시스트’ ‘이제 트럼프를 겨냥할 때’ 같은 언사로 공격한 것이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가 공화당원이라는 미확인 보도도 나오고 있다”며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무책임한 정치 공세가 분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번 사건은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이 일상이 된 우리 정치 풍토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여야의 주요 정치인 누구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극단적 증오를 싹틔운 정치 토양을 갈아엎지 못하면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며 “우리 정치권은 양극화 해소는커녕 극단적 대립을 이용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갈수록 극성 팬덤에 휘둘리는 악순환이다. 양극화가 계속되면 정치 테러의 안전지대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민주주의 무너뜨릴 증오의 정치테러 중단돼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이 지금 역대 최악의 진영 간 분열로 ‘총만 안 든 내전 상태(civil war)’로까지 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범인이 현장에서 사살돼 아직 범죄 동기나 배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며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인을 증오하며 폭력과 테러 본성을 표출하는 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 같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미국에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인을 향한 테러들의 동기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편 가르기를 통한 지지층의 결집이나, 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이 이 같은 증오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토양이 된 건 아닌지 정치인들 모두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여야는 어제 사건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로 규탄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해와 화합으로 사회를 통합할 책무가 있다고도 했다. 말로만 그치지는 않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세계가 놀란 트럼프 피격… 민주주의 질식시키는 증오 정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증오가 판치는 미국 정치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젠더 이민자 소수자 정책을 놓고 반목하던 워싱턴 정치는 2016년 트럼프 등장 후로는 더 자극적인 언사가 일상이 됐다”며 “통합의 책무가 있는 대통령 트럼프가 비판자를 조롱하며 증오를 부추겼고,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는 질식해 갔다. 막말 정치의 한 축인 트럼프가 총탄을 맞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고 했다.

 

사설은 “미국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건강한 공론장은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4년 전 자신이 패배한 대선을 두고 ‘실제는 내가 이겼다’고 주장하는데 적잖은 미국인이 사실로 믿고, 일부는 폭력적인 의사당 난입까지 했다. 광적인 팬덤의 등장과 함께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 번져 갔다”며 “지난달 시카고대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또는 트럼프가 대선 승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위력(force)을 써도 좋다는 응답이 각각 10%, 7%가 나왔다. 암살 시도가 조사 결과가 보여준 저변의 분노와 무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미국에선 케네디 형제와 킹 목사가 암살된 혼돈의 1960년대를 거쳐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 이후 40년 넘도록 자취를 감췄던 정치적 암살이 다시 시도된 것이다. 정치 양극화와 정치인 선동을 더는 용인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며 “이런 미국의 현상은 보면 볼수록 우리 정치와 닮았다. 우리도 올 초 야당 대표를 겨냥한 테러가 있었다.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암살 시도 부른 ‘정치 양극화’, 폭력은 민주주의 파괴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제사회는 이번 미국 대선을 ‘신냉전’ 시기 대외정책 방향을 사실상 결정짓는 중요 ‘변곡점’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국내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크게 달랐다. 이날 충격적인 사태에서 보듯 인종·성소수자·이민·낙태 등 핵심 이슈에서 서로 다른 ‘국가 정체성’을 주장하는 집단이 사실상 총성 없는 내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일반적 갈등과 달리 정체성을 둘러싼 싸움은 해법 마련이 어렵고 쉽게 극단화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 갈등이 쉽게 치유하기 힘든 ‘병적인 단계’에 진입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사설은 “같은 문제로 시름하는 한국의 정치 양극화도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다. 2022년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전 세계 주요 19개국 가운데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과 갈등이 가장 심한 국가 가운데 2위는 미국, 1위가 한국이었다”며 “주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점점 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공존하기 힘든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설은 “이처럼 사정이 심각하지만 여야 모두 눈앞의 승리를 위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최근엔 ‘가짜 뉴스’까지 등장하며 이런 경향이 증폭되는 중이다. 정치는 대화를 통해 타협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더 늦기 전에 정치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트럼프 피습, 정치인 테러 어떤 이유로든 용납 안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번 암살 시도에 연방수사국(FBI) 등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각종 음모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잠재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피습이 또 다른 정치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며 “서로 다른 견해를 ‘선과 악’의 구도로 나누고 악마화하는 현실이 정치인 테러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질서 변화에 큰 분기점이 될 미국 대선이 평화롭게 치러지길 바라며, 트럼프 피습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에서도 정치인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