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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주애의 패션 정치...과감해진 '시스루' 복장이 의미하는 것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김정은의 딸 주애가 두 달여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김주애는 성인 여성처럼 어른스러운 복장을 하고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북한 평양의 북쪽에 새로 생긴 ‘전위거리’ 준공식에 참석했다. 지난 3월 강동종합온실 조업식에 참석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은의 딸 주애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소개한 김주애는 팔 부분이 비치는 ‘시스루’ 복장을 입는 등 성인 여성의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시스루’ 복장은 북한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한국과 서방국가에선 성인여성이 주로 입는다.

 

북한에서는 복장 규율이 엄격하다. 소년단의 상징인 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붉은색 치마를 입는 것이 김주애 또래의 보통 복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꾸민 모습이라기보단 백두혈통으로서 자유롭게 의상을 선택해서 입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리설주라든가 김주애는 기존의 구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것들이 북한 주민들 여성들한테 충격을 주면서 북한에서 의상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앞서 김주애는 지난 2022년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녀는 흰색 패딩을 입은 수수한 아동의 모습이었다.

 

이후 김주애는 어머니 리설주가 연상되는 성숙한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또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키즈 후드 다운 재킷’을 착용하기도 했다.

 

스타일리스트 로렌 로트먼은 김주애의 옷차림을 ‘레거시 패션’이라고 칭했다. ‘레거시(legacy)’는 영어로 유산을 의미하는데, 권력승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로트먼은 미국 워싱턴에서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전하는 전문가다. 특히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정치인들에 어떤 옷을 입어야 좋을지, 특정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어떤 장신구를 해야할지 등 개개인에 맞는 조언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로트먼은 rfa에 “저는 이 사진들을 통해 그녀가 발산하는 ‘조용한 힘’을 느꼈다”며 “특히 흰색 패딩(동복)을 입은 소녀가 어두운색의 재킷이나 코트를 입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레거시 패션’으로 부를 수 있는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김주애 의상에서 ‘권위를 물려받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녀가 패션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주애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가죽 재킷을 입으며, 모피를 걸친 모습이었다. 로트먼은 이 사진들이 엄청난 힘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진 속에서 김주애를 더 성숙하게 보이게 하는 연출은 시대를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며, 이는 상당히 정치적인 연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전위거리 준공식에 김주애를 등장시킨 것은 청년세대 주도로 지어진 거리에서 미래세대와 그녀를 연결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센터장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미래의 후계자로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김주애의 공개활동 올해 총 6차례 중 3차례가 민생분야로 늘어났는데 군사분야 위주에서 이제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북한의 공식매체는 김주애에게 ‘향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향도’는 최고 지도자나 조선노동당에만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난 3월 1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딸과 함께 평양 강동 온실농장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면서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 종합온실을 돌아보시였다"고 했다. 김정은과 주애를 '향도의 위대한 분들'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북한당국이 ‘혁명 투쟁에서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승리의 큰길로 이끈다’는 의미를 가진 ‘향도’ 표현을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통상 '향도'는 최고 지도자나 조선노동당에만 썼던 표현"이라며 "공식 매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김주애에 대한 의전, 표현 등을 종합해 볼 때 김주애의 후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