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과정에서 제기된 '비선' 의혹이 여러 군데서 불거진 가운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사실이라면 기가 막힌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재명 대표는 “영수회담 관련해서는 우리 비서실장이 용산과 협의하고 진행한 게 전부”라고 대통령실의 입장을 편들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언제는 범죄자라서 못 만난다더니, 이제는 두 부부 모두 사법리스크가 있어서 동지가 된 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무슨 상전인가. 이 대표가 불편해할 사람을 기용하지 않는 게 어떻게 대통령 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아무리 불편해도 도저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인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이 대표를 향해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매달렸다니, 비선을 통해 흘러나온 윤 대통령이 했다는 말들이 하나같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총선 참패 이후에 국민을 향해서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과 자신을 지지해 준 보수를 우롱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국정에 임하기 바란다”고 강하게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낮 12시께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혁백 전 공관위원장이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영수회담 관련해서는 우리 비서실장이 용산과 협의하고 진행한 게 전부”라고 답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우리 당에선 임혁백을 메신저로 인정한 바 없다. 메신저 자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당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그런(비선 논란) 내용 자체가 회의에서 거론된 게 없다”고 밝혔다.
비선 논란은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전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열린 영수회담의 비공식 메신저를 자처하면서 불거졌다.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총리 추천을 요청했다”는 등 민감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해 파문이 커졌다. 해당 인터뷰를 두고 사실상 막후 조정을 위한 비선이 움직였다는 해석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특사나 물밑 라인은 없었다”고 밝혔다.
권구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