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소관 부처인 국가보훈부가 25일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보훈부 이희완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화 운동의 피해 보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과 국가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인 유공자를 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법률에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없어 유공자 선정 과정에서 민원과 쟁송이 끊임없이 제기돼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시행령을 통해 민주유공자를 정하도록 했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령이 바뀌며 민주유공자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교체 주기 5년마다 민주유공자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보훈부는 법안이 보훈심사위 심의·의결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재량 사항으로 두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이 차관은 “부산 동의대 사건, 남민전 사건, 서울대 프락치 사건 관련자에 대해선 유공자로 인정할 만한 사회적 합의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법안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자도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민주유공자로 등록이 가능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해당 법안은 적용 대상자를 “1964년 3월 24일 이후 반민주적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기여한 희생 또는 공헌이 명백히 인정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과 부마 민주항쟁 보상법에 따라 사망·행방불명, 부상 등으로 보상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정작 이들 중 민주유공자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게 보훈부의 입장이다. 이 법에 따라 민주유공자로 인정되면 본인과 자녀가 대입 특별 전형 대상(고등교육법 시행령)에 포함된다. 또한 보훈병원의 진료, 재활서비스와 민간 노인요양시설 이용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야당은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민주유공자 등록을 배제했고, 논란이 됐던 교육 지원 등도 제외했다고 했지만 보훈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차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경우 법안에 따라 민주유공자 등록이 당연히 배제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경우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민주유공자로 등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법안에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법안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을 적용 대상자로 결정할 때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차관은 야당의 ‘취업·교육 등 실질적인 지원 사항은 모두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으면 본인 및 자녀들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 6에 따라 대입 특별 전형 대상에 자동적으로 포함된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법안은 기존 민주화보상법 등을 통해 국가에서 보상받은 1만364명 중 민주화운동 사망자·부상자·행방불명자 911명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훈부는 보고 있다. 이 안에는 부산 동의대·서울대 프락치·남민전 사건 관련자들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훈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야당에 법안의 독소조항을 충분히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