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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재명 '셰셰 발언' 대서특필...'이셰셰 명서방'?

이재명 “셰셰” 발언 중국서 대서특필
與 "중국에서 더 사랑받는 이재명, 중국 대변인인가?"

 

중국 언론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충남 당진에서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다) 이러면 되지”라고 한 것을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25일과 26일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이재명이 윤석열의 대(對)중국 외교 정책 비난', '이재명, 대만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적'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환구시보는 “이재명이 윤석열을 비난했다.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대만 문제가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나”란 제목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등 서방에 편향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됐다”며 “이재명이 중국에 대한 윤석열의 부적절한 언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 악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적절한 중국 발언’이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밝혔던 것을 뜻한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상대방의 간섭을 비난할 때 쓰는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또한 환구시보는 "이재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가 한·중 관계 악화로 직결됐다고 보고 있다"며 악화한 양국 무역 관계를 예로 들었다. 이어 "한국은 늘 남을 도발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졌으며, 중국인들이 한국을 좋아하지 않으면 한국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을 소개했다.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는 관찰자망과 펑파이 등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언급 등을 비판했다며 “뭘 자꾸 집적거려서 더 망가뜨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지난 25일 리얼미터(국민의힘 37.1%, 민주당 42.8%)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중국 당국이 정한 ‘보도 지침’에 따라 보도 내용과 시점을 결정한다. 이 대표가 22일 한 발언을 중국 언론들이 사흘 지난 25일 밤부터 일제히 전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국내에서 논란이 된 “그냥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란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표는 22일 충남 당진시장 지원 유세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며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라고 말한 뒤, 두 손을 맞잡는 동작을 해보이며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대체들은 이 대표의 발언 중에서 중국을 높이는 부분만 보도하고, 대만에 대한 대목은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매체들은 ‘집적거린다’는 표현을 ‘자오러(招惹)’로 번역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부주의한 언동으로 남의 일에 참견해 화를 자초하는 것을 뜻하며, 듣는 사람을 화나게 만든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약자가 강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때 쓰는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의 발언 관련 보도는 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 메인 화면에도 게시됐다. 26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이재명이 윤석열 비난: 왜 중국을 도발하느냐’가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고, 이날 오전 내내 20위권을 유지했다. 연관 검색어는 ‘윤석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경고’ ‘윤석열의 대만 발언’이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중국 외교부가 ‘불용치훼’, 즉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 일을 재조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중국 SNS에서 한국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한국 정치인조차 중국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마침내 한국에서 정신이 멀쩡한 인물[明白人]이 나타났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언론과 SNS에선 지난해부터 종종 이재명 대표를 조명하는 콘텐트가 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결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 대표를 중국이 우호적으로 여긴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셰셰' 발언을 고리로 민주당이 중국에 굴종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인가"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선대위회의에서 "이 대표는 손을 모으며 '셰셰'(謝謝·고맙습니다)하는 행동을 보였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외국인 투표권 문제를 거론, "민주당이 주장해온 상호주의 배제 정책으로는 우린 정말 강대국에게 '셰셰'하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린 주권적 영역에서의 상호주의를 반드시 지킬 것이고, 그것이 이 대표의 '셰셰 민주당'과 차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 대표의 '셰셰' 발언이 중국에서 뒤늦게 주목과 찬사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오죽하면 지금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라고 비판했다.

 

박 공보단장은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사랑받는 이재명 대표는 어느 나라 당대표인가"라며 "중국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비굴하게 수용하며 '셰셰'를 외칠 이런 인물이 또다시 국민의 대표가 되려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남성욱 선대위 공보단 대변인도 "항간에서는 '이셰셰 명서방'이라는 말이 돈다. 이 대표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인가"라고 맹공했다.

 

그러면서 "원칙과 자존이 없는 외교는 상대에게 무시만 당할 뿐"이라며 "친중과 사대주의 DNA가 뼛속 깊이 각인된 이재명의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를 책임지는 수권정당이 절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