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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김대호 칼럼] 패러다임 전장터가 될 총선...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현실 인식은?

4.10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 프레임을 놓고 시대착오적 좌파 반민주 세력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시기.
탄핵을 외치는 좌파 민주당 진영의 집요한 공세에 맞설 우파 국힘당의 사자후는 어디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현실 인식의 프레임을 다시 되돌아봐야...

 프레임은 뭔가를 지탱하고 구획하는 단단한 틀을 말한다. 영화의 한 장면, 집의 골조와 창틀, 자동차 하부 구조(섀시) 등 물리적 구조를 말하기도 하고, 사고방식 세계관 인생관 같은 정신적 구조를 말하기도 한다.

 

 세계관이 과거(역사)에 투영되면 역사관(역사인식)이 되고, 현실에 투영되면 현실 인식이 된다. 운동권(사람)과 운동권정치(이념과 행태) 청산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세계관 내지 역사 및 현실 인식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운동권 역사관의 정수는 이해찬이 기획 출판 유통시킨 ‘해방 전후사의 인식’(1권은 1979년 10월 출간) 시리즈에 집약되어 있다. 해전사식 역사관은 대한민국을 이승만의 권력욕과 권모술수, 그리고 미국의 신식민지 지배 야욕의 산물로 본다. 미국의 괴뢰 이승만이 남한 단독 선거와 단독 정부를 밀어붙이면서, 4.3 사건이 일어났고, 친일 부역자 청산도 외면하면서 민족정기가 혼탁해져서 수많은 부조리가 생겨났단다. 6.25 역시 한반도에 2개의 국가를 만든 미국과 이승만의 원죄의 산물로 보기에, 김일성 스탈린 마오쩌뚱 보다 이승만과 트루먼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

 

 한마디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요, 적반하장(賊反荷杖)이요, 북한의 역사 전복 공작이다. 하지만 전대협과 한총련이 활개치던 시절, 좌파 이념의 해방구나 다름없던 대학 캠퍼스에서 책 몇권과 문화선전 등으로 구축된 역사 현실 인식 프레임은 의외로 강고했다. 소련 해체, 중국의 낙후(개혁개방), 북한과 남한의 극명한 대비 등 천지개벽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프레임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운동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20대에 이식된 프레임의 강고함을 절감하게 된다.

 

 프레임은 정신적 구조 내지 사고 방식이라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해전사와 세트로 침투 확산된 마르크스 주의와 민족주의는 미일 외세와 우리 민족, 개방=종속 경제와 자립 경제, 자본과 노동을 대립 관계로 놓고, 후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 진보요, 개혁이요, 민족적인 것처럼 생각하게 했다.

 

 1990년대 중후반, 사회주의 몰락 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프레임은 사람과 돈, 생명 안전과 이윤, 공공(국가)과 민간(시장)을 대립 관계로 놓고, 사람, 생명과 안전, 공공을 위해, 시장을 국가 규제로 칭칭 동여매는 것을 진보요, 개혁이요, 평등지향적인 것처럼 생각하게 하였다.

 

 이와 같은 좌파 프레임에 대한 비판 담론은 우파 매체에는 차고도 넘칠 것이다. 그렇다면 4.10 총선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두 사람(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세계관 혹은 역사 현실 인식 프레임은 어떨까? 과연 운동권과 달리 객관적 현실과 보편 지성 위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을까?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은 한 위원장의 정치적 프레임을, 의대 정원 갈등은 윤 대통령의 그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민주당 위성정당과 조국혁신당은 기본적으로 정치연합적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 방탄과 정권 탈환과 복수 혈전을 잘 할 것 같은, 정치조직이나 운동단체 기반이 있는 전사들로 구성했다. 한마디로 2016~17년에 이어 제2의 촛불혁명(윤석열 탄핵)을 일으키겠다는 목적 의식이 뚜렷하다.

 

 그런데 국민의미래는 창당 과정에서도, 당 지배구조(최고위, 공관위, 사무처 등)에서도, 비례선정 절차에서도 시대착오적이지만 기세등등한 반민주공화 혁명세력과 싸워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흐릿하다. 당선권에 든 비례 대표들은 나름대로 아름다운 성공(역경 극복) 스토리와 전문성을 가진 엘리트다. 역경을 이겨낸 장애인도 있고, 탈북 공학도도 있고, 외교 국방 복지 전문가도 있고, 세계적 유행인 기후변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과 민주당의 거칠고 집요한 정치 공세에 맞서 싸울 정치 조직이나 운동 단체와 거의 무관하다. 문 정권의 시대착오적 정책(탈원전 전교조 등)조에 반대 투쟁하면 풍기기 마련인 피냄새와 땀냄새가 안난다. 광장에서 사자후를 터뜨릴 것 같은 사람도 없다. 가치 정책 패러다임과 프레임의 교체기, 바로 혁명적 시기에, 낡은 것과 싸우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선도할 이론가나 경세가 더더욱 없다.

 

 그런데 실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는 역대 국민의힘 계열 정당(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새누리당-한나라당 등)의 비례대표 공천 컨셉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 상황은 상전벽해가 일어났지만 그 노선과 전략과 진용은 상전벽해 전과 대동소이하니 문제인 것이다. 상대는 중도개혁주의나 유연한 진보를 표방하며, 생산적 정치경쟁과 대승적 정치협력을 추구하던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 국가대개혁 이론도 비전도 없고, 공심도 없는 민주공화국 파괴 세력 연합일 뿐이다.

 

 한 위원장의 ‘상황·국면 인식 착오’ 징후는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2023.12.26)에서 ‘정교한 정책’을 언급했을 때부터 그 조짐을 보였다. 이는 영입 인재 기준에서도, 비례 대표 선정 기준에서도 재연되었다. 비례 선정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3가진데, 국민의 눈높이는 물론이고, ‘전문성’과 ‘국민 삶의 세밀한 부분 개선’ 등은 역대 우파 정부·여당이 항상 강조하던 기준이다.

 

 그런데 지금은 가치 정책 패러다임 교체기요, ‘근대화 역행 세력=조선 회귀 세력’과 생사를 걸고 싸우는 비상한 시국이다. 정치 연합 개념과 지지 대중의 참여는 뒷전에 두어서는 안되는 가치다. 의대 2000명 증원 정책도 윤 대통령이 많은 부조리를 범죄 프레임이나 이권 카르텔 프레임으로 보는 징후를 보이면서 우려되었던 일이다. 조직적 위력을 이용하여 약탈(지대추구)을 일삼아 온 화물연대나 (노조 간판을 단) 건설폭력배 집단과 의사 집단을 비슷하게 보지 않고서, 총선을 목전에 두고, 이리도 거칠게 몰아부칠 수가 없다.

 

 시대착오, 상황 인식 착오를 일으키는 낡은 프레임은 진보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유보수우파 역시 변화하는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으면 낡은 프레임의 포로가 된다. 자신의 눈과 뇌에 똬리를 튼 프레임을 의심해 봐야 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