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25전쟁 발발 직전보다 더 위험하다며 "김정은이 1950년에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을 일으킬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고 경고했다.

이 기고문을 작성한 두 사람은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다.

칼린 연구원은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북아 담당 국장과 대북 협상 수석 고문 등을 지낸 인물로, 1996년 2월 이후 30회가량 북한을 방문했다. 지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 평양 방문 때 장관을 수행하기도 했다.

해커 교수는 미국 내 최고 핵무기 연구소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2000년대 수 차례 북한을 방문한 인물이다. 북한은 해커 교수 등을 불러들여 영변 핵시설 내에 있는 최첨단 우라늄 농축 설비를 공개하기도 했다.

두 전문가의 '위험 진단'은 북한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3년 동안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중심 목표를 추구해왔지만 모든 선택지들이 소멸되었으며,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 결렬에 크게 실망한 김정은이 결국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완전히 포기했으며,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전쟁을 결심하게 했다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는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 알지 못한다“면서도 ”지난해 초부터 북한의 매체들에 등장한 전쟁 준비 관련 주제가 북한의 전형적인 허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들은 ”비록 평양의 결정이 자주 즉흥적이고 단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북한인들은 세계를 전략적으로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며 ”1990년 김일성에 의한 중요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시작으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한 완충 장치로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목표에 중심을 둔 정책을 추구했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처음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처음 움직이고 이후 6년간의 이행을 거친 후 미국의 후임 정부가 관여 정책으로부터 물러서 북한의 주장을 크게 무시했을 때 성공에 대한 전망은 줄어들었다“고 했다.

또한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회담은 김정은에게 그의 할아버지가 꿈꿨고 그의 아버지가 시도했지만 결코 얻지 못했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의 실현을 의미했다“며 ”그것이 실패했을 때 김정은은 충격적으로 체면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칼린 연구원과 해커 교수는 북한정권이 미국이 국제정치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세계의 흐름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미국과 한국은 ‘강력한’ 억제로 뒷받침되는 한미동맹이 김정은을 현상 유지 궤도에 머물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고수하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공격하면 반격을 통해 북한 정권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러한 믿음을 고수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김정은이 한미일의 심리적, 물질적으로 가장 약한 지점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두 전문가들은 ”북한은 한국 전역, 일본(오키나와 포함)과 괌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탄두가 잠재적으로 50~6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김정은이 수십 년간의 노력 끝에 미국과 교전할 방법이 없다고 스스로 확신했다면, 그의 최근 말과 행동은 그 무기고를 활용한 군사적 해결책에 대한 전망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