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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읽기]김기현 대표직 사퇴...신문들은 '국정기조의 쇄신'과 '용산 책임론' 부각

한겨레 '김 대표가 대통령실의 불출마 요청 거부..대통령 격노한채 출국'이라는 배경 기사 눈길.
중앙 동아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여당과 용산의 환골탈태 주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늦은 오후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자 다음날 신문들이 사설과 기사에서 ‘용산의 책임’과 ‘국정기조의 쇄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2일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반응과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의 배경 등을 다룬 기사중에서는 한겨레 신문의 <‘대표직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 제안에 김기현 거부…윤 대통령 격노>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 기사는 “(김 대표의 사퇴는) 현 정부 실세의 ‘동반 후퇴’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대통령실·친윤계와, ‘대표직을 포기하고 총선엔 출마’를 원한 김 대표의 치열한 갈등의 결과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인 김 대표의 지역구는 울산 남구을”이라고 전했다.

 

기사는 “11일 김 대표에게 ‘당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해달라’는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전해졌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김 대표는 정반대로 답변했고 이를 들은 윤 대통령은 격노한 상태에서 네덜란드 출국길에 올랐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김 대표는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고 총선 결과에 책임지고 물러날 수도 있는 당 대표보다, 20년 지켜온 지역구를 지키면서 4년의 의원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총선 출마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날 낮 장제원 의원은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구 불출마를 다시 설득했으나 김 대표는 거부했고, 장 의원은 저녁에 페이스북에 불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기사는 “대통령실·친윤과의 마찰 끝에 김 대표의 뜻은 이룬 셈”이라면서 “한 의원은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지역구와 당대표 둘 다 지키고 싶었던 거 같은데, 결국 눈치를 보다가 떠밀리듯이 퇴진한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김기현 사퇴, 국정기조·당정 변화 없이는 의미 없다>에서 “윤 대통령이 지명하다시피한 김 대표가 물러났지만, 여당의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수직적인 집권 여당과의 관계를 바로잡지 않는 한 단순 인물 교체로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김 대표 사퇴는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면 한결 깔끔했을 것”이라며 “전권 부여 운운하며 껍데기뿐인 혁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느닷없이 ‘김포 서울 편입론’을 띄우며 책임론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그러나 여당 난맥상의 모든 책임을 김 대표에게 지우는 건 지나치다. ‘여의도 출장소’로 불리는 지금의 집권 여당을 만든 책임은 8할 이상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김 대표가 사퇴에 이르게 된 대부분의 책임이 대통령 몫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협치를 실행하고, 당정 관계를 재정립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권력 바라기 ‘친윤’ 초선들 침묵 모드…“초선 완장질, 당 망가져”><권성동, 이철규 등 친윤 거취에도 관심 쏠려…당사자들은 정중동><김기현, 당 대표 사퇴…여당 선거 넉달 전 비대위 체제로><국힘, 비대위로 총선?…위원장에 원희룡·한동훈 등 거론><김기현이 사퇴 전 이준석 만난 까닭은?> 등 관련 기사를 함께 게재했다.

 

경향신문은 13일 저녁에 인터넷판에 올린 사설 <자업자득 된 김기현 사퇴, 여당 환골탈태하라>에서 “인요한 혁신위가 빈손으로 물러난 뒤에야 김기현 사퇴와 장제원 불출마가 이뤄진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이미 여당 혁신이 빛이 바래고, 민심의 기대도 꺾인 지 오래다”고 비판했다.

 

이 사설은 “김 대표는 지역구(울산 남구을)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여당 중진도 거취는 입을 닫고 있고, 친윤 초선들도 패거리 문화에 빠져 있다”면서 “김 대표 사퇴로 격랑이 높아졌지만, 윤 대통령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한 여당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들의 제목은 <윤심에 휩쓸린 여당 대표, 결국 하차…“윤 대통령의 실패”><홍준표 “용산 입김 배제하고 2004년 같은 쇄신 공천 가능할까 걱정”><이준석 “김기현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다고 지지율 올라가나”><이준석 “공천탈락 국민의힘 의원들, 김건희 특검법 찬성할 수 있다”>< 제원 불출마 배경···“총선 이기면 공신, 져도 책임론 벗어나” 분석> 등이었다.

 

동아일보도 <김기현 결국 사퇴, 이제 용산이 답할 차례>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은 “내부 총질 등을 이유로 전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너뜨린 뒤 윤심(尹心)의 지원을 받아 당권을 거머쥔 김 대표의 사퇴로 용산 대통령실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고 용산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 사설은 “당권 레이스 초반 3%의 지지율에 머물렀지만 당정 일체를 내세워 당선된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이념 편향과 야당 경시 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그 바람에 당정관계를 더 종속적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이는 당 지지율 정체로 이어졌고,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집권 1년 7개월 만에 대표 2명이 중도 하차하게 된 상황의 근본 책임은 용산 대통령실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김 대표 체제를 세운 것도, 수직적 당정관계를 만든 것도, 국정 지지율이 30% 초반대에 머무르는 것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 탓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대체로 무엇보다 윤 대통령부터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 대해 엄중한 성찰이 필요하고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사들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일부 장관이나 수석 출신들이 ‘지역구 쇼핑’ 경쟁에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 용산이 어떻게 바뀌는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이어 <김기현, 총선 불출마 선언은 안해… 당내 “울산 5선 도전하는거 아니냐”><하태경 “黨서 출마 용인해줬으면”><金 출마땐 ‘영남 물갈이론’ 힘받을듯><권성동-윤한홍-이철규는 거취 침묵><김기현 대표 사퇴… 비대위장 김한길-원희룡-한동훈 거론><이준석, 金 사퇴前 만나… “성급하지 마시라 조언”, 金은 “李 신당 창당 만류”> 등 관련 기사를 다양하게 실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김기현 대표 사퇴, 여당의 진정한 환골탈태 계기 돼야>라는 제목을 내세웠다. 이 사설은 “여당의 ‘투 톱’이던 이들(김기현 장제원)의 퇴진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절대 열세에 몰렸던 여당은 친윤·영남 중진들의 호응 여하에 따라 쇄신의 동력을 확보하고 반전을 꾀할 계기를 잡게 됐다”고 내다봤다.

 

사설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건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 대신 자기 뜻만 따르는 여당 지도부를 선호한 게 핵심 원인”이라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표를 옹립한 국민의힘이 ‘용산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잼버리 파행과 엑스포 유치 실패 등을 거치면서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속속 드러났지만, 당은 쓴소리 대신 대통령실 엄호에만 바빴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김 대표가 물러난 만큼 국민의힘은 리더십을 신속 정비하고 환골탈태에 나서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민심의 쓴소리를 그대로 전하고, 국정 난맥상에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 인사들을 교체해 쇄신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여당 대표의 조기퇴진 원인을 성찰하면서 국정 스타일의 혁신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김장연대' 퇴장 뒤, 與 물갈이 급물살…혁신대상 누가 되나><김기현 "尹정부 성공 절박" 사퇴…이준석 "金, 내게 불쾌감 토로"><김기현 "이준석 신당에 참여 안한다…오히려 신당 창당 만류"> 등이 관련 기사를 함께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14일 오전 인터넷판에 게재한 사설 <김기현 대표 사퇴는 시작일 뿐, 다 안 바뀌면 미래 없어>에서 비판의 초점을 용산보다 당에 맞췄다. 이 사설은 “국민의힘이 위기를 맞은 것은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지난 3월부터 당을 이끈 김 대표와 지도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면서 “최근 민심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1년 반 만에 크게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가라앉고 있는 데도 상황을 직시하지 않았다”면서 “정치인은 대통령의 ‘졸병’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대통령 부인의 문제를 직언할 수 없지만 정치인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국민이 변화를 실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공천과 과감한 세대교체로 젊은 세대를 내세워 나라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정부에서 장차관을 했거나 대통령실 요직에 있던 이들이 ‘지역구 쇼핑’에 나서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