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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에 등장한 추미애?...촛불집회서 ‘김건희 특검’ 피켓 든 사진 실려

사진 출처나 별도 설명 없이 게재...'추미애'로 추정될 뿐 누가 어떻게 찍었는지 알 수 없어
북한주민들이 보는 신문에 12일 남한 정치권 유력 인사의 모습이 실린 건 이례적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12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찍힌 집회 시위 사진이 게재됐다. 윤석열 정권을 비방하는 내용의 기사에 사용된 사진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6면에 윤석열 정권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괴뢰 전 지역에서 반미·반전투쟁 전개, 제68차 촛불대행진 진행’이라는 제목의 6단 크기 기사를 실었다.

 

노동신문은 이 기사에 지난 9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열린 촛불시위 현장 사진 12장을 함께 실었다. 그런데 이 중 하나가 추 전 장관(추정)이 ‘김건희 특검’이라고 적힌 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국내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추 전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 대통령 탄핵 및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체제 선전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노동신문 보도에 남한의 정치권 유력 인사의 모습이 포착된 것은 이례적이다. 노동신문은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매일 접촉하는 매체다.

 

노동신문은 해당 사진의 출처나 설명을 달지 않아 누가 어떻게 찍은 사진인지를 알 수가 없다. 누군가 직접 찍어 몰래 전해주지 않았다면 당시 시위 현장을 촬영한 국내 매체·단체 등의 사진을 무단 사용했거나 인터넷 중계 영상을 갈무리(캡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남한 매체 사진은 무단 활용하면서도 자기들 매체의 사진 및 데이터의 무단 게재는 금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노동신문 PDF 서비스도 유료화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이 추 전 장관이라는 사실을 노동신문 측이 파악했는지 여부 역시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출처, 사진 속 인물 설명이 없는데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 사진도 충분히 가능한 세상인 만큼 문제의 사진 속 인물은 일단 '추미애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노동신문은 과거 6면을 '대남' 면으로 할애해 남한 동향이나 대남 비방 메시지를 게재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로는 해당 면에 일상적인 북한 소식과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주로 실렸다.

 

그러다가 올해 5월부터는 국제정세 분석 기사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남한 시위를 소개하는 기사를 자주 싣고 있다. 정부는 노동신문이 지난 5월부터 11월 초까지 남한 단체의 반정부 시위를 다룬 기사가 40여 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왜곡해 부각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남한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남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사진이 실리는 건 북한당국이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거나 구속하라 등의 집회시위와 문구가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은 저런 시위도 가능하구나", "지도자도 교체가 가능하구나"라는 등의 '불순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도자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가 어려운 북한 체제에서 오히려 북한 주민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