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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요소 수출 제한에 ‘제2의 요소수 대란’ 걱정... 국내 업계 “3개월분 재고·대체 수입선 확보돼 대응 가능”

中, “자국 내 요소 수급 문제로 비롯... 한·중 간 공급망 협력 기조 변함없어”
中 요소 관련 기업, 2024년 수출 총량 94만 4000t 초과하지 않기로 협의 체결... 올해 1∼10월 요소 수출량 1/3 수준
韓, 산업용 요소 중국 수입량 비중 2021년 83.4% → 2022년 71.7% → 올해 1~10월 91.8%로 다시 높아져
국내 관련 업계, “요소수 대란 당시 2~4주 재고에 비해 대비할 시간·능력 有”

 

중국 당국이 최근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자 국내 관련 업계는 '제2의 요소수 대란’으로 번질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에 있다.

 

중국 당국에서 최근 벌어진 요소 수출 중단 문제가 자국 내 요소 수급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중 간의 원활한 공급망 협력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기본 입장을 우리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 상무부에서 열린 '제5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 대표 겸 부부장과 만나 '공급망 핫라인'을 가동하기로 합의하는 등 이번 요소 수출 제한 문제가 양국 관계의 부담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달 30일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의 한 기업에 수출하려는 산업용 요소의 통관을 돌연 보류했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최대 명절에 해당하는 춘제(春節) 전까지 요소 공급량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년 10월부터 다음 해 3~4월까지는 요소 비료 성수기다. 하지만 중국 내 요소 생산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면서 중국이 자국 내 요소 수급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파악된다.

 

중국 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인 중국화학비료망을 보면 업계 분석가 푸야난이 지난 1일 올린 글에서 “11월 24일 회의에서 중눙그룹과 중화그룹 등 주요 요소 비축·무역 기업 15곳이 2024년 수출 총량 94만 4000t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고,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제한) 협의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수출을 전면 제한한다는 소문이 또 나왔는데, 2024년 1분기까지 수출을 불허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상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 339만t에 비교하면 내년 수출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중국의 요소 수출이 최소 내년 1분기까지 막히고 내년 1년간 수출 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앞선 2021년 요소수 대란을 겪으면서 농업·비료용의 경우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췄지만 차량·산업용은 여전히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농업용의 중국 의존도는 17.4%에 그쳤지만, 차량용은 대중 의존도가 90.2%에 해당한다. 또한 관세청에 의하면 산업용 요소 중국 수입량 비중은 2021년 83.4%에서 2022년 71.7%로 감소했다가 올해 1~10월 누적 91.8%로 다시 높아졌다. 요소수 대란 이후 주요 업체가 카타르, 베트남 등으로 요소 수입처를 넓혔다가 이내 가격·품질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으로 몰린 결과다.

 

국내 관련 업계는 중국 당국의 요소 수출 통제 기류에 주목하면서도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시 2~4주에 불과했던 기업별 요소 재고가 ‘요소수 대란’ 이후 수입선 다변화와 약 3개월분의 요소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라 대비할 시간과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질소산화물 처리 설비 등에서 요소수를 사용하는 포스코 역시 "지난해 요소수에 대한 공급선 다변화를 완료해 이번 상황과 관련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중국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요소 품귀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대체 수입선이 개발이 안 된 상태였지만, 이후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대체 수입선이 확보된 상태"라며 "상황이 예전과 다른 만큼 과도하게 대응하거나 반응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중국 요소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들여오는 것"이라며 "2년 전 한차례 홍역을 치른 뒤 내부적으로 제3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해 놓은 상황이라 중국 쪽 공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바로 제3국을 통해 요소를 들여올 수 있는 체계를 갖춰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요소는 비료용·차량용·산업용으로 나뉜다. 요소로 만드는 요소수는 경유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데 활용된다. 발전소, 공장 등도 매연을 줄이기 위해 요소수를 사용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공급망 교란 시 안정화기금을 활용하는 '공급망기본법'이 2년째 국회 계류 중인데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은 원자재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비축 물량을 확대할 수 있다"며 "기업도 특정 국가 물량 수급 문제가 이어질 경우 당장의 싼 수입처를 찾는 셈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제정안’은 8월 말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다. 이 법안은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하고, 기금을 조성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입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기업이 요소 재고 등을 쌓아 둘 때 창고 보관 등 비축 비용을 지원하는 일본 사례를 연구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