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 여당이 승리하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등 현 정권을 군부 독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계속하자, 국민의힘이 "도를 넘었다"며 적극 반격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끝을 모른 채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니 도대체 현실 인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으면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강경파에게는 탄핵과 계엄이 한낱 정쟁과 정치공학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국회의원 각자가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헌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헌법기관이라 부를 수 있겠나”라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정 이 나라의 책임 있는 제1야당이라면 일부 의원들의 이러한 반헌법적·반민주적 발언에 대해 엄중 조치하고 헌법을 존중하는 국민의 민주적 공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화 이후 전두환 정권의 민정계는 이미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라며 “아직도 민주당은 철 지난 ‘국민의힘=군부독재’란 프레임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주장대로 ‘검부독재’라면 그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구속 안 된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전했다.
앞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승리하는 선거제도를 제시해야 한다”라며 “윤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놓고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최소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통해 윤 정권 심판과 계엄 저지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범야권 반검찰독재 연합을 만들어 낼 선거제도를 설계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검찰독재 연합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한 방안에 대해 “첫째,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약을 공동으로 발의해야 한다”라며 “둘째,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헌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공동으로 발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거론하며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유린, 역사의 반란은 군인들에게만 있는 것도, 과거에만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라며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군부독재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검찰독재도 모습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언제든지 국민들은 탱크로 밀어버리면 되는 존재로 여기는 독재의 피, 독재적 발상은 음습한 곳에서, 때로는 대놓고 악의 쇠사슬처럼 이어져 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출신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12. 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하나회’가 검란을 일으켰던 ‘검찰특수부’와 오버랩 돼 영화를 보는 내내 착잡하고 분노했다”라고 전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헌법이 규정한 탄핵 얘기를 안 하면 오히려 직무 유기다”라며 “(탄핵하면) 무슨 큰 난리라도 납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말) 여기 나와서 ‘윤 총장을 탄핵해도 역풍은 오지 않는다’고 얘기하지 않았나”라고 하면서 “(국민의힘이 지난 4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합의를 파기했을 때 발목을 잡아서,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발목때기’를 분질러 놨어야 한다”라고 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벌인 군사 반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한 영화 평론가는 “현실을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점은 분명 픽션의 순기능”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픽션은 결코 현실은 아니고, 정치인이 부정확할 수 있는 픽션을 캠페인 도구로 사용하는 건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야권의 ‘영화 정치’는 2016년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문 대선 후보는 영화 ‘판도라’를 관람한 후 “눈물을 많이 흘렸다”라며 “탈핵·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판도라’는 원전 전문가들에게 비과학적이라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