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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통령 집무실 인근 100m 이내 집회 금지’는 잘못”..."文 사저 경호범위 100m→300m 확장은 타당"

경찰,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항 근거로 옥외집회 금지
“용산 집무실, 위기 때 주거 기능도 하므로 관저에 해당” 대통령실 직원 진술서에도 불구
법원, “관저에 집무실 포함할 경우, 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 과하게 제한할 수 있어”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경호구역 확장 지정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경호 위한 처분”
“국민 의무나 제재를 가하는 등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려워”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경찰에 대해 ‘대통령의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임의로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재의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단이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의 경호 범위는 100m에서 300m까지 확장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8-1부(부장 정총령, 조진구, 신용호)는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한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전환)이 낸 소송에 대해 지난 10일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4월과 5월 대통령실 인근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지만 모두 경찰의 금지통고를 받았다. 경찰은 집시법 제11조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을 근거로 옥외집회를 금지했었다. 경찰은 용산 집무실 역시 주거의 기능을 수행하므로 관저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찰 주장이었다. 

 

제각기 진행된 관련 소송 1심에선 모두 시민단체들이 승소했다. 1월 참여연대 재판부터 3월 촛불전환이 낸 소송까지 법원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까지 포함시켜 해석할 충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으로, 절대적 집회금지 장소를 확장하는 것은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국민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항소했지만 항소심 결과를 바뀌지 못했다. 2심 재판부는 "집시법은 이미 특수한 상황에 대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수단을 두고 있고, 집무실 인근 집회가 허용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 집행이라는 헌법적 기능은 보호될 수 있다"라며 "관저에 집무실을 포함할 경우 집회 자유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는 장소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2심 시작 직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진술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행정관은 "용산 집무실에는 침대와 화장실, 샤워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라며 집무실의 '주거기능'을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는 밤새 집무실에서 상황을 지켜봤고, 다음날 새벽 내실에 들어갔던 걸로 기억한다"며 "위기 상황일 경우 집무실에서 주무시는 경우도 많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를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처분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집무실'과 '관저'를 거듭 분리해 판단하고 있지만, 집회·시위 제한 도로 범위를 집무실 앞 이태원로까지 확대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17일부터 시행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관할 경창서장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한편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유튜버 A씨 등 4명이 대통령경호처를 상대로 제기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보호구역 확장 취소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울타리 300m 이내까지 경호 구역이 확장돼 이 범위 내에서 경호처의 경호상 조치는 정당하다는 의미이다. 각하란 재판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내려지는 판결이다.

 

앞서 대통령경호처는 지난해 8월부터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인근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까지 확대했다. 경호처는 “평산마을에서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 카터칼 등 안전 위해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사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일부 보수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라며 “경호구역 재지정이 ‘경호구역 지정은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돼야 한다’고 규정한 대통령 경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같은 달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날 재판부는 “경호구역 확장 지정은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처분으로, 일반 국민에게 의무나 제재를 가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최초 경호구역 지정 이후 현장에서 이뤄진 폭력 행위나 소속 공무원, 인근 주민과의 갈등으로 경호 어려움이 발생해 경호구역을 확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주변 도로 등을 고려해 확장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보아 대통령경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공업용 카터칼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주변사람을 위협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말 구속기소됐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