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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50]⑲가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기고문과 인터뷰 오보(2009년)

월간지 신동아가 게재한 미네르바 기고문과 미네르바 K 씨 인터뷰 기사가 허위로 밝혀져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약해온 인터넷 논객 박대성 씨와 다른 인물
동아일보와 신동아는 진상 조사 끝에 1면과 표지에 사과문 게재

소위 '미네르바 사건’이란 2007-2008년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한 ‘박대성’과 그에 관계된 여러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네르바(Mkierva)란 원래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을 가리킨다.

 

박대성(당시 31세)은 ‘미네르바’ 라는 필명으로 2007년 10월 2일부터 2008년 11월 무렵까지 국내외 경제 동향 분석과 예측에 관한 280개의 글을 다움(Daum)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올렸다.

 

이 글들은 누적 조회수 730만여 건, 댓글 3만 3천여 개, 답변 글 2천여 개, 찬성 9만여 개, 반대 2천여 개의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을 예언한 것이 들어맞은 게 계기가 돼 주류 언론이나 지상파 방송 3사에서도 미네르바를 ‘인터넷 경제 대통령’ 등으로 불렀다.

 

 언론들은 미네르바가 하버드대 법대, 미국 N대 경제학 석사 출신으로 외국의 금융기관에서 일했던 엘리트라며 나이도 50대로 부풀리는 등 여러 허위 보도를 했다.

 

하지만 박대성은 검찰에서 자신의 신상에 대해 '나이는 30대, 전문대 졸, 무직’이라고 말했다. 박대성은 주로 반MB(이명박)정부, 반여권 정서를 기조로 ‘제2의 외환위기 도래설’ 등 한국 경제 위기론을 역설했다.

 

 당시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글은 '정부, 달러 매수 금지 긴급 공문 발송'이라는 것으로, 검찰은 사실이 아닌 박대성의 글로 20억 달러의 방어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외환 위기로 환전 업무가 중단됐으며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4월 20일 미네르바가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듬해인 2010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처벌의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인터넷 허위사실유포 처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입법이며, 동시에 형벌 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까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폐기됐다.

 

 파이낸셜 뉴스의 곽인찬 논설 위원은 2008년 12월 2일 오후 5시경 '미네르바 자술서'라는 패러디 칼럼을 올리면서 그가 미네르바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으나 곽 위원이 나중에 스스로 패러디였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미네르바가 한창 인기를 끌 때 허경영(민주공화당 총재)은 미네르바는 50대의 금융엘리트이고 자신이 정체를 안다라고 주장했다가 박대성이 체포된 후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자매지인 시사월간지 신동아가 게재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가 오보로 밝혀짐으로써 큰 파문이 일었다.

 

신동아는 2008년 12월호에 자체 취재한 미네르바 기고문을 실었으며, 2009년 2월호에는 '미네르바는 금융계 7인 그룹…’이라는 내용으로 자칭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K 씨(당시 34세)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신동아에 실린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는 진짜 미네르바인 박대성 씨가 기고한 것도, 그가 인터뷰에 응한 것도 아니었다. 이같은 사실은 2009년 1월 7일 검찰에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된 30세의 박대성 씨가 진짜 미네르바로 밝혀짐으로써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미네르바가 K씨가 아닌 박대성으로 밝혀짐에 따라 2009년 2월 17일 신문 1면에, 같은 날 발행한 〈신동아〉3월호는 표지에 오보 사과문을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자칭 미네르바 K 씨가 후속 취재에서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당초의 발언을 번복했다”며 “신동아는 발언 내용과 번복 배경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K 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동아의 오보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이번 일을 백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신뢰받는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동아일보사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한 이 사건은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 및 관련 인사를 해임, 정직 등 문책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같은 해 4월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박대성씨는 신동아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미네르바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다. 바로 그 ‘미네르바 박대성’이 주요 활동 공간으로 삼고 있던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 “박대성은 가짜이며, ‘신동아 K’가 진짜 미네르바”란 주장이 제기됐다.

 

 글 대다수가 허황된 음모론에 불과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추천과 댓글을 통해 이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진상은 신동아에 미네르바로 소개된 K 씨가 대북사업가이자 한국전쟁 당시 첩보원을 자처하는 브로커 권 모씨가 개입한 가짜였고 이 일로 신동아는 동아일보 신탁통치 오보사건 이래 최대의 오명을 쓰게 됐다.<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에서 발췌, 필자는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