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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가 댐 건설 막은 섬진강·남한강, 홍수·가뭄 시달려

정부가 댐 건설 추진했다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지역서 2020년·올해 홍수 피해 커


정부가 20여년 전 홍수를 우려해 댐 건설을 추진했다가 환경 단체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지역에서 2020년과 올해 기록적 폭우가 내려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1990~2010년대 국가 주도 댐 건설을 추진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지역에서 2020년과 올해 홍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댐은 건설 자체에만 6~7년이 걸리고, 후보지 선정과 토지 보상 등을 감안하면 10~20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다.

 

섬진강 유역에선 1990년과 2001년 ‘적성댐’ 건설이 두 차례 추진됐지만 환경 단체 등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2002년 태풍 ‘루사’ 때 섬진강 수계인 순창, 남원, 구례엔 2941억원의 재산 피해와 9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댐 신축을 검토하다가 환경·지역 단체가 반대하자 “섬진강댐 재개발로 용수 공급 문제가 작고, 주암댐·보성강댐 홍수 조절로 섬진강 본류 홍수 피해 위험이 작다”며 ‘시급성 부족’을 이유로 건설을 포기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발표한 ‘댐 건설 장기 계획’에서 적성댐은 빠졌다.

 

이 결정으로 인해 섬진강 유역에서 2020년 홍수, 2023년 가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2020년 거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기록적 폭우가 내렸을 때 본류가 범람해 하류인 남원시, 구례군, 곡성군, 하동군 등에서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 등으로 1600여 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3년 후인 올봄엔 다목적댐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인 섬진강댐이 물을 많이 가두지 못해 최악의 가뭄 피해를 겪었다.

 

남한강 유역의 ‘영월댐’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댐 예정지에 대한 지정 고시까지 마치고도 환경 단체 반발에 부딪혀 건설이 무산됐다. 영월댐은 1990년 사상자 163명, 이재민 1만 3000명을 기록한 한강 대홍수를 계기로 추진됐다. 충주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남한강 유역 홍수 조절 능력을 강화하고, 단양·영월 등 상습 침수지를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999년 환경 단체가 반대하자 영월댐 건설 적정성을 평가하는 민간 공동 조사단이 꾸려졌다. 이듬해인 2000년 “한강 수계 물 부족과 홍수 문제는 있지만 동강의 보존을 위해 영월댐 건설은 백지화가 바람직하다”며 댐 건설이 무산됐다.

 

이후 정부는 대안으로 2012년 ‘장전댐’ 건설을 추진했다. 2002년과 2006년 태풍과 큰비로 일대가 계속 잠기자, 충주댐 상류인 오대천, 주천강, 옥동천 수계를 검토해 이중 댐 건설이 가능한 오대천에 9000만㎥규모의 신규 댐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 선언으로 장전댐 건설은 무산됐다. 결국 2020년 8월 영월·단양, 올해 7월 충주·단양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보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환경단체가 무조건 ‘자연보호’를 외치며 반대하고,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반발에 정면 대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반복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오는 11월까지 극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치수 패러다임의 혁신 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전국에 중소 규모의 댐 10곳을 새로 짓거나 재개발해 ‘극한 기상’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규모가 아니라 대형 댐 건설이 필요함에도 아직도 환경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