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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주역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해외출장서 1박에 260만원 스위트룸 묵어

감사원,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 발표
남부발전 직원들은 내부정부 이용 저가 매입한 사택으로 차익 얻으려다 적발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외 출장에서 가스공사 돈으로 1박에 260만 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한국남부발전 직원들은 공사 소유의 사택을 돈을 모아 저가에 매입한 뒤 비싼 값에 되파는 ‘알박기’ 투자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0일 발표한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채 전 사장과 가스공사 간부들은 해외 출장 숙박비를 무한정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채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으로 3박 5일짜리 출장을 다녀오면서, 3박을 모두 5성급 호텔인 ‘샹그릴라 더 샤드’의 1박에 260만 원짜리 스위트룸에 묵었다. 또한 채 전 사장은 해외에서 총 74일을 묵으면서 숙박비로 하루 평균 87만 원을 썼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 전 사장은 문 대통령 측근인 김수현 사회수석,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등과 함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업무를 주도했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임명된 후 자사 프로농구단에 연봉 1억원이 넘는 ‘총감독’과 ‘외부 단장’직을 신설해 자신의 고교 동문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을 꿰찼던 최 전 사장,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2021년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한국전력의 그룹사인 남부발전(영남화력발전소)의 사택 매각업무 담당자 등 직원 15명은 공모해 남부발전 재산인 울산 소재 사택을 저가에 매입한 뒤 공유지분권자인 동서발전에 고가에 매입을 제안해 거절당하자 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45억 원에 매입 제안을 받은 해당 사택을 내부 정보를 활용해 절반 수준인 23억여 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동서발전 측에 다시 100억 원에 사택을 매입하라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2021년 2월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이들은 보유 지분을 경매에 넘겨 대금을 받을 수 있다”며 “자금을 댄 직원들에게 최소 수십 억 원의 차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관련 거래를 주도한 남부발전 직원 등 관련자 3명을 배임 혐의로 대검에 수사 요청했다.

 

공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의 ‘갑질’ 사례도 적발됐다. 산업부의 한 40대 사무관은 감독 대상인 한국지역난방공사 법인카드를 총 897회에 걸쳐 3827만 원어치 사용했다. 가족과 먹을 한우를 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간식용 빵값이나 텀블러 등 기념품 구매 비용도 법인카드로 충당했다. 이 사무관은 산업부에 파견된 공사 직원에게 3년 반에 걸쳐 출·퇴근 픽업이나 자녀 도시락 준비 등 업무와 무관한 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

 

공기업 직원이 겸직 규정을 어기고 ‘투잡’을 뛰는 사례도 대거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은 겸직 규정을 어기고 부당 영리 행위에 종사해 총 24억 원을 번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한국전력 직원이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경영하면서 수 억대 매출을 올렸고, 한국수자원공사 등 직원은 다단계 판매 사업을 운영했다. 또한 직접 배달 기사·대리운전 등 부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기관에서는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한 직원이 8명 적발됐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게임쇼 '데블스 플랜'에 출연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과학 유튜버 '궤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 직원으로 근무하면서도 겸직금지 규정을 어기고 수년간 유튜브와 강연 등을 통해 돈을 번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갑질, 부당 겸직, 근무지 무단이탈 등 후진적인 공직 기강 해이 사례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