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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50] ⑰日 만능세포 개발은 젊은 여성 과학자의 데이터 조작으로 드러나

2014년 네이처가 일본 여성 과학자의 '만능 세포' 개발 논문을 게재해 세계적 화제
연구 주임 오보카타는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
40여일 뒤 연구 데이터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추락...박사 학위도 취소돼

 평범한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기만 해도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2014년 1월 28일 과학전문 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논문은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暗子 당시 30세, 사진) 박사를 제 1저자로 하여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과 함께 쓴 2편으로, 약산성 용액에다 갓 태어난 쥐의 체세포를 담가두었다가 일정한 배양 처리를 했더니 줄기세포 성질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줄기세포는 체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세포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암이나 난치병 등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기법을 ‘자극이 촉발하는 다분화기능 획득’(STAP: 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이라고 명명했으며 그런 방법으로 생성된 세포를 ‘스탭(STAP) 세포’라고 불렀다.

 

 이 논문이 발표됐을 때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일본을 비롯해 세계 과학계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논문을 주도한 오보카타 박사(연구 주임)은 젊은 여성 과학자라는 점에서도 일약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일본 언론은 ‘세기의 발견’이라고 평가하며 들뜬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은 오보카타 박사가 선보인 앞치마형 연구복 등 패션으로까지 확산할 정도였다.

 

 일본의 NHK는 1월 30일 방송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대발견’이라며 일본의 이과계 여성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MBS 방송도 “이화학연구소의 리더 오보카타 하루코 씨, 앞치마를 입은 귀여운 여성이에요”라며 극찬했다.

 

 무엇보다 이 연구 성과는 기존의 그 어떤 줄기 세포 제조 방법보다 쉽고 간편했다. 줄기세포가 분화해 체세포가 되는데, 간단한 자극만으로 체세포가 줄기 세포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세포 생물학의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학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 교토대 야마가타 신야 교수가 개발한 체세포에 유전자 등을 삽입해 만드는 '유도만능(iPS) 줄기세포’ 보다 효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노벨상을 예약했다는 말이 나올 만도 했다.

 

 이 연구결과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시도한 인간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윤리 문제도 없었다. 오보카타 논문의 교신 저자인 하버드대 의대 찰스 버칸티 교수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 세포에서도 쥐 세포 실험과 유사한 스탭 줄기세포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게 암이나 난치병 등을 치료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약 2주 뒤 네이처에 실린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논문 검증 사이트 ‘펍피어’(Pubpeer)에 의해 제기됐다.

 

 이후 세계 연구진은 오보카타가 논문에서 제시한 줄기세포 제조 방법을 재현하는 실험을 실시했지만 실패했다는 보고를 속속 내놓았다. 네이처는 2014년 2월 17일 보도한 기사에서 “스탭 세포 재현 실험을 해본 실험실 10곳에 문의했지만 성공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적었다.

 

 결국 논문 발표 40여일 만에 공동 저자들은 철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오보카타의 네이처 논문을 공동 집필한 와카야마 테루히코 야마나시 대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논문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믿었던 연구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스탭 세포가 정말 생기는지 확신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화학연구소도 자체 조사에 나서 오보카타 박사의 ‘데이터 잘라 붙이기’ 등 조작 행위를 사실로 확인했다. 논문은 신뢰를 잃었고 네이처는 주저자들의 동의를 얻어 2014년 7월 2일 오보카타의 관련 논문 두 편의 게재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논문이 조작으로 판명나면서 오보카타가 개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학 연구에 10년간 1100억 엔(약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일본 아베 정권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더구나 사사이 요시키(당시 52세)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 부소장이 2014년 8월 5일 자살함으로써 이 연구부정의 파문은 확산 일로를 거듭했다.

 

 한편 오보카타가 2011년에 낸 박사 학위 논문도 표절 의혹에 휩싸여 학위가 취소됐다. 박사 학위 논문 108쪽 가운데 20쪽 상당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웹사이트에 실린 줄기 세포 관련 내용과 겹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문에는 출처 표기도 돼 있지 않았다. 논문의 첫 부분과 연구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터넷 사이트의 문장과 단어 배열, 구두점까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간세포를 다룬 것으로 네이처에 게재한 스탭 세포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논문은 아니다. 

 

  일본 와세다대는 2015년 11월 2일 오보카타가 2011년 와세다대에서 받은 박사 학위를 취소했다. 와세다대는 오보카타에게 논문 수정 제출 기회를 준 뒤 다시 제출받았으나 과학적 근거 등이 미비해 심사가 불가능하다며 박사 학위 취소를 결정했다.

 

<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에서 발췌, 필자는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