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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중전 클릭 점령 사건으로 소환된 ‘나는 개인이오’

중국 공산당 댓글부대, 한국 포털에 文 정부 옹호 댓글로 여론 조작 펼치다 국내 네티즌 ‘함정 수사’에 딱 걸려...
"중국 댓글부대 ‘우마오당’은 민간인으로 가장한 정부 직원"..."한해 약 4500만 건 포스팅"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기 당시 다음 포털의 '클릭 응원' 페이지에 중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한때 90%를 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다음이 제공하는 ‘클릭 응원’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누구나 손쉽게,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 클릭만으로 응원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경기가 끝날 무렵인 오후 10시쯤 기준으로 클릭응원에는 중국을 응원하는 비율(클릭 수)이 55%(119만6022건)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한국을 응원하는 비율보다는 높았다. 반면 같은 시간 네이버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에 대한 응원 비율은 10% 수준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중국 개입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포털 태스크포스(TF)는 2일 성명을 통해 "다음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클릭 응원'보다 중국과 북한을 응원하는 '클릭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상적인 국민 정서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TF는 "문제의 심각성이 엄청난 만큼 중국인이든 북한의 소행이든 내국인의 짓이든 누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자격 없는 자들의 부당한 여론 개입은 국기문란의 범죄인 선거 공작으로 이어지는 여론조작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식 청년대변인도 ”최근 중국 내 강성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확산으로 '자발적 댓글부대'인 '쯔간우'가 증가하고 있다는데, 이들은 주요 현안이 아닌 상황에서도 애국심을 표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댓글부대가 국내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여론몰이를 시도한 일은 과거에도 여러 번 드러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나는 개인이오’ 사건이다.

 

 

“난 개인이요. 어디 변절을 합니까? 내 의지가 아니다.”

 

한국인이 썼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러운 어휘와 말투. 이는 지난 2020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편 ‘함정수사’에 걸려든 중국인 댓글부대원들이 뒤늦게 자신은 당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고 호소하며 줄줄이 달아놓은 댓글이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국내 중국인 또는 조선족 추정 인사들이 이른바 ‘대깨문’으로 위장해 국내 포털사이트와 ‘맘 까페’, 유튜브 댓글 창,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댓글을 통해 여론조작에 나서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국내 네티즌들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지지해달라는 호소 게시물을 올리고, 지지 댓글 등을 써야 하는 기사나 사이트의 링크 주소를 남겼다. ‘낚시 링크’는 겉보기와 다르게 해놓거나 직접 클릭하기 전에는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기 어렵게 변환 또는 축약된 주소로 했다. 예를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들어가 특정 청원을 지지해달라고 한 뒤 그 아래 중국 공산당이 금지한 반중(反中) 사이트를 달아놓는 것이다.

 

‘낚시 링크’에 걸려든 중국인 댓글부대는 ‘나는 개인이오’라는 댓글을 줄줄이 남겼다. 네티즌들은 도대체 이것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당시 자신을 ‘전(前) 조선족’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현재 둥타이왕(동태망) url이 퍼져 많은 조선족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댓글을 적는 건 일종의 자기 보신”이라고 설명했다. 동태망(둥타이왕, dongtaiwang.com)은 다른 매체 기사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포털 사이트로 에포크타임스, 미국의소리(VOA) 방송, 자유아시아방송(RFA), 희망지성 등 중국 공산당의 비리나 실정, 범죄행위들에 대해 검열 없이 보도하는 매체들이다. 또한 동태망에서는 중국 공산당에서 설치한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돌파하는 프로그램인 ‘프리게이트’도 다운받을 수 있다.

 

그는 조선족과 중국인은 반중성향 사이트에 접속기록이 남으면 공안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안은 당이 금지한 사이트에 접속한 일이 단순히 개인의 실수인지 집단적 행동인지 여부를 추궁한다. 이때 ‘개인적 실수’임을 밝히면 조사는 며칠 내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집단행동’으로 의심되면 그때부터 감금 조사에 들어간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는 “‘나는 개인이오’를 한국어로 적는 이유는 중국어를 사용해 중국 당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며 “또한 북한과 중국인이 공산당원에 가입할 때에는 주로 개인 신분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개인이오’라고 밝히는 것은 스스로가 북한, 중국에 적법하게 공산당에 가입한 개인 신분이라고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개인이오’는 중국 당국에 보내는 보신의 메시지이며, 개인으로 공산당에 가입한 공산당원임을 밝히는 동시에 중국 당국의 이미지를 지키고자 하는 의도라는 것이다.

 

당시 국내 네티즌들은 3.1절을 계기로 ‘중국 여론강점기 광복 운동’을 펼쳤다. 이는 3월 1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네이버 검색창에 ‘차이나게이트’ ‘나는 개인이오’를 일제히 입력한 뒤 관련 기사 및 글을 클릭하자는 것이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2020년 3월 2일 성명에서 "차이나 게이트는 지난 2월 26일경 중국 조선족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 작성자가 오래 전부터 중국 공산당의 지령으로 수많은 조선족들이 대한민국 내 온라인 갈등을 조장하고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통해 여론 조작을 펼쳐왔다고 주장한 내용과 연관된다"며 "현 정부(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주권을 침해받으면서까지 중국의 힘을 빌려 인터넷 국민여론을 관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변은 "실제로 대한민국 몇몇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친문(親문재인)성향 게시물에 반중(反中)성향 사이트 링크를 숨겨 댓글을 다는 방법으로 확인을 시도해 본 결과 상당수 진보성향 게시물 작성자들이 계정을 비공개로 폐쇄한다든지, '나는 개인이오'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반응이 확인됐다고 한다"며 "지난 대선 때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인터넷 여론을 일부 중국인들이 좌우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의심은 우한폐렴 내지 우한코로나 사태에 대해 중국에 심각할 정도로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청원을 올리자, 반대되는 내용으로써 현 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의 글에, 중국 조선족들이 중국어로 개설한 '2019 中國組大群(중국조대군)' 단체 카톡방 등에서 '바라건대 한국에 거주하시는 중화인들은 귀한 한표를 행사하여 탄핵을 무효화하도록 합시다'라는 동의 링크 글을 걸고, 해당 청원 글에 중국쪽 트래픽(traffic)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합리적 의심'이 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변은 "만일 이와 같은 중국인들에 의한 대한민국 여론 개입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 21조에서 파생된 인터넷 언론의 자유를 침해받은 것일뿐 아니라 대한민국 주권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당해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라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클라이브 해밀턴과 머라이커올버그의 <보이지 않는 붉은 손>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서구 진영의 소셜미디어에서 ‘우마오당(50센트 군대)’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인터넷 댓글부대를 동원한다. 이 댓글부대 요원들은 민간인으로 가장한 정부 직원들이다. 이들은 한 해에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 약 4500만 건을 포스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페이스북 등에서 대만이나 위구르 관련 계정들을 공격하고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댓글들을 올린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