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 살피지 못해 직분 끝까지 해내지 못해 송구”

특별사면 이후 첫 공식 인터뷰
“제3자 뇌물죄 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정책적으로 꼭 해야 할 일 다 하고 감옥들어가 다행”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 국민에게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특별사면 이후 첫 공식인터뷰로 지난 11일에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 비선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사익편취, 국정농단에 대해 ”검찰조사에서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며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롯데와 SK가 낸 출연금을 법원이 제3자 뇌물죄로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 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인데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기업이 체육 진흥을 위해 후원했다면 그것이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지, 대가성을 가지고 후원하는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최 원장이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평가와 관련해서는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통진당 해산’이라든가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며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면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정책“이라고 했다.

 

특히 공무원연금개혁이 정치적 부담이 돼 2016년 총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시한폭탄같이 터질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간 것이고 그래서 ‘대통령이 결심하고 나서지 않으면 이것은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등 재임 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결정에 대해 ”안보를 위해서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했다.

 

1737일 간의 옥고를 치른 뒤 지난 2021년 12월 31일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옥중생활에 대해 ”밤이 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온몸에 통증이 있었다“며 ”칼로 베는 것 같은, 불로 지지는 것같은 통증 때문에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잘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처음부터 형량에 대해서는 무덤덤했기 때문에 ‘언제 자유의 몸이 되느냐’ 하는 것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뇌물을 받거나 아는 사람의 사익을 챙겨줄 정도로 타락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나 자신에게 떳떳했기 때문에 어려운 수감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많은 실망을 드렸는데도 국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보내주신 많은 편지가 (옥중생활을) 버텨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국정농단 특검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가 돼 정권교체를 한 것에 대해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했다“고 했다. 문재인 전임 정부에 대해서는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든가,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라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됐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고,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출마가)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또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