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에 투입돼 피란민 7,000여명을 실어 날랐던 ‘SS 래인빅토리(Lane Victory)’호를 미국에서 들여오겠다며 800여명에게 투자·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람들이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25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현재 사기 등 혐의로 고소돼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며 A 회사를 설립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코인 다단계 사업으로 자금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일반인 800여 명으로부터 작게는 1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기부를 받았다고 한다. 후원자 중에서는 실향민 후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 김 모(77)씨는 지난 7월 4차례에 걸쳐 20억원을 송금했다. 피고소인 박모(57)씨는 김 씨에게 “흥남철수 작전에 투입됐던 래인빅토리호를 대한민국에서 관리한다면 얼마나 뜻깊겠나”라며 “2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니 투자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 씨 법률대리인은 “큰 금액이었지만 김 씨가 고령이었고, 박 씨가 언론 기사 등을 보여주며 치밀하게 설득해 송금을 결심했던 것”이라며 “이후 박 씨가 김 씨에게 사용 내역을 알리지 않고 돈을 사용하자 상황을 깨닫고 고소를 결심했다”고 했다.
박 씨는 고 모·김 모씨와 함께 코인 다단계 사업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1개당 1000원인 코인을 발행해 다단계 판매 조직을 운영하는 유사 수신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후원자를 유치한 기존 후원자에게 보너스를 주는 방식이다. 이들 중 고 씨는 다른 사기 사건과 연루돼 지난 20일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박 씨는 언론에 “배의 실질적 소유주인 미 상선협회와 미 해병대 전우회에 영구 임대 방식으로 한화 300억원을 주고 들여올 계획”이며 “피해자 김씨에게 받은 투자 금액 20억원 중 절반 이상을 본인에게 돌려주기도 했다”고 했다. 박 씨는 기부금으로 미국 산페드로항에 있는 래인빅토리호의 정박비와 관리비를 대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래인빅토리호는 6·25전쟁 흥남철수작전 당시 피란민 7010명을 부산항으로 옮겼던 미국 상선이다. 피란민 1만 4000여 명을 태우고 거제 장승포항에 입항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93년 중국에 팔려 해체됐지만, 래인빅토리호는 현재 미국 LA 인근 샌 페드로항에 정박해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3년께부터 래인빅토리호를 국내로 들여와 역사적 상징물로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흥남철수 작전 때 자신의 부모님이 거제도로 내려온 사연을 언급한 것 등을 계기로 다시 언론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 7월 북한조선중앙통신은 래인빅토리호 한국 이전을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것을 기정 사살화 해 “이는 친미사대교육과 동족 대결 고취를 위한 매국적 행위”라는 취지로 비난하기도 했다.
국가보훈부도 지난해 래인빅토리호 국내 인수 추진을 검토했지만 복잡한 인도 절차와 예산, 안전성 문제 등으로 사업을 접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부 관계자는 언론에 “현재 배는 미국 사적지로 등록돼 있어 외교적 합의 없이 민간인이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배 소유권자인 미 교통부와 협의할 문제이지 다른 주체와의 계약은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