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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대북제재, 안보리가 선언...우리는 북한과 협력”...흔들리는 국제안보질서

-유엔 상임이사국 러시아, 중국 중 하나만 반대해도 추가 대북제재 통과 불가능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력 관련 기술이나 핵잠수함 기술 이전하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

 

러시아 고위 관리가 17일(현지시간) 유엔 대북제재에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엔과 비확산(NPT) 체제로 대변되는 미국 주도의 국제 안보 체계에 러시아와 북한이 공조해 대항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국영 로시야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우리가 아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선언했다”며 대북제재를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해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제재를 선언하지 않았다. 안보리가 했다”며 “따라서 항의는 안보리에 하라. 우리는 북한과 평등하고 공정한 상호작용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2006년 10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는 북한과 장갑차, 탱크, 군함 등 무기 거래를 금지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도 당시 결의에 찬성했다. 비탈리 추르킨 당시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결의가 채택될 때 북한이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의 경고를 무시한 데 유감을 표하며 “우리 모두는 보기 드문 상황에 처해 있으며, 보기 드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2016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결의 2321호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전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 금지 대상도 소형 무기와 경무기, 관련 물자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 13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연대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우주기지 시설에 입장하기에 앞서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며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들은 우주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러시아가 ‘성전’을 치르고 있다며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 북한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를 방문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된 질문에 “그 주장은 완벽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러시아는 한반도와 관련한 어떤 국제적 합의도 위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하지만 물론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군사시설을 시찰했다. 김정은은 전날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을 찾은 후 이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에서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와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을 둘러봤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과 에너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이 만일 김정은이 원하는 핵무력 관련 기술이나 핵잠수함 기술까지 이전한다면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미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북러 간 무기 제공 논의가 계속 진전되고 있으며,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유엔에서 대북 추가제재를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인해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한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또는 대러 제재가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