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추천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위반' 의혹과 관련해 지난 31일 긴급 전체회의가 소집됐지만 야권 추천 위원들의 불참으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참석한 위원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속한 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의 MBC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의혹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심의위 황성욱 직무대행은 이날 공개간담회에서 정 위원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본래 정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전체회의를 개최하려 했지만 야권 추천 위원들 4명이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지난 29일 정민영 위원과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을 고발했다. 공언련은 두 위원을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위반을 고발 이유로 들었다. 변호사인 정민영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보도,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방송과 관련된 소송에서 MBC측을 대리한 점을 문제 삼아 정 위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한 것이다.
이에 여권 추천 위원들은 정 위원의 호선 참여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정 위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의 해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지난 28일 전체회의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은 심의 업무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위원장 호선 참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 위원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류희림 위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알아보니 위원장 호선에 참여하는 위원이 전임 해촉된 위원장 변론을 맡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며 "방송사 사건을 수임받고 해당 방송사 관련 심의를 한다는 건, 내가 지금까지 익힌 지식으론 명확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은 "이해충돌 방지법은 간단한 건데, 변호사인 정 위원이 몰랐다는 게 의아스럽다.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지가 올해 15년인데, 언론에 이렇게 보도됨으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쌓아놨던 신뢰를 흔든 굉장히 심각한 사건"이라며 "사실이 확인되면 앞으로 실추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 추천 위원들의 불참으로 긴급 전체회의가 파행된 것에 대해 김우석 위원은 "방통심의위 존립에 관한 심각한 사안이고 당사자는 사실관계를 소명할 책무가 있다. 오늘 전체회의를 열어서 소명도 들어보고 대책도 논의해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안나왔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도 이에 동의하며 "이 문제는 우리가 당사자고 방통심의위가 피해자인데, 사실이 확인된다면 우리가 먼저 법적 조치를 취해야한다. 시민단체에서 고발했다고 해서 '결과를 지켜보자' 이렇게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황성욱 직무대행은 "빨리 위원장이 정식으로 호선돼서 제도 보완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진행해야 한다"며 "권익위에 조속한 조사와 유권해석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 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사상 초유 상황이 진행됨으로서 방통심의위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의 MBC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심위가 지난 31일 국회에 제출한 정 위원의 방송심의 의결내역에 다르면 정 위원은 임기 시작 이후 절반 가까이 MBC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정 위원은 2021년부터 지난 달까지 총 57차례 MBC프로그램이 심의에 오른 회의에 참석해 총 24차례 '문제없음' 의견을 냈고, 권고는 16차례, 의견제시는 14차례에 불과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놀면뭐하니'의 간접광고에 대한 심의에서도 9명의 심의 위원 중 8명이 중징계인 주의를 줬지만 정 위원만이 권고 의견을 냈다. 지난해 5월 9일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들은 방송에서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는 롤러블TV의 장점과 특징까지 소개해 문제가 됐다. 이에 9명의 심의 위원은 중징계 수준의 주의를 줬지만 정 위원만 사실상 행정지도에 불과해 경징계로 여겨지는 권고 의견을 낸 것이다.
여권의 관계자는 “9인 중 혼자만 MBC에 유리한 의견을 낸것으로 볼 때 2022년 7월 이전에도 MBC와 사적이해관계자였는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면서 “정민영 위원 임기 중 MBC와 계약한 수임 내역 전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