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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현실에 눈먼 '벌거벗은 임금님'"...김의철 사장에 대한 KBS 내부 비판 쏟아져

김의철 KBS 사장의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반발을 두고 KBS 내부 비난의 목소리 거세
직장인 익명게시판에도 맹공하는 글 올라와

 

김의철 KBS 사장이 사퇴까지 내걸고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반발하는 것을 두고  KBS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TV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9일 KBS 사내 게시판에는 김 사장의 기자회견을 성토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 가운데 언론노조 소속이었던 KBS PD A씨는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겁다”고 글을 올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면서 “어제 기자회견에서 보인 모습은 현실에 눈먼 ‘벌거벗은 임금님’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도 KBS 직원들의 비판 글이 많이 올라왔다. 직원 B씨는 “대체 공영과 합리는 어디가고 갖잖은 본인 좌우 정치성향에 따라 집단 형성해서 선동과 날조를 일삼았나”라고 맹공했다. 

 

다음은 KBS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글 전문이다.

 

사장님의 기자회견,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겁습니다.

 

김의철 사장님,

회사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답답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금요일 한 주를 마감하고 퇴근하고자 하나 온몸이 납덩이가 된 듯 마음을 짓누릅니다. 그래도 혹시나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였습니다. 조직개편, CI, ESG 등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뇌피셜 경영'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기자회견에서 보이신 모습은 현실에 눈먼 '벌거벗은 임금님' 그 자체였습니다. 아뿔싸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사장님이 기자회견을 통해 분리징수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하며 사퇴의 조건을 거는 순간, 문제해결 가능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제 끝장보기 정쟁과 치킨 레이스만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편드는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면초가인데 어이없게도 사장님 스스로 최악의 자살골을 차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장님과 경영진이야 어떻게든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되겠지만, 그 후폭풍은 오로지 남겨진쟇BS 구성원들의 몫이 됐습니다.

 

메시지에는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메시지가 관리되고 전달돼야 합니다. 그래야 원하는 결과를 얻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도대체 무슨 의미이고 무슨 목적인지요?

만일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는 공영방송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주십시오."

 

김의철 사장님, 상대방(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메시지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정말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분리징수 추진이 철회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설마 저쪽으로 다시 공 넘겼다고 착각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한마디로 총체적인 메시지 관리 실패이고 위기관리 참사입니다.

 

문제는 이런 실패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겁니다. 구성원 공감대 형성 없이 추진된 조직개편, CI교체, ESG경영 등 하시는 일마다 현실외면 현실도피 투성이입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실력입니다.

 

지금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초대형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초거대 블랙홀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태평성대에는 최고 경영자 능력이 좀 부족해도 운빨과 인품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최고 경영자의 능력이 조직의 존망을 좌우합니다. 역사가 그렇게 말합니다.

 

김의철 사장님, 최고 경영자로서 자신의 지난 1년 6개월을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장님은 인간 김의철, 기자 김의철이 아닙니다. 수천명의 내부 직원과 수많은 외부 직원들의 평범한 삶을 책임지는 최고 경영자입니다. 1년 6개월이면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실험하고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사장 김의철의 모습을 스스로 냉정하게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직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명확한 비전 제시는 하셨는지, 신속하고 결단력있게 의사결정을 하셨는지, 긴장감 있는 인사관리를 통해 조직의 생동감을 높였는지, 핵심 제품서비스(프로그램)의 경쟁력을 강화했는지, 구체적인 재무적/비재무적 성과를 창출했는지, 강력한 외부네트워크를 구축했는지 등 스스로 점수를 하나하나 매겨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최고 경영자로서 준비와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지체없이 용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것이 그나마 사장님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후배들의 마음에 응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님의 지혜로운 선택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