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개표기 조작 의혹’을 보도한 폭스뉴스가 해당 업체에 약 8억 달러(한화 약 1조원 400억원)를 물어주기로 합의했다.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적 해악을 퇴치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견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투ㆍ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폭스뉴스가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한 16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양측은 폭스가 7억8750만달러(약1조391억원)를 배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미국 투ㆍ개표기 업체인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은 지난 2021년 1월 “폭스뉴스가 개표기 조작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거짓 보도를 했다. 허위 보도로 자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돼 큰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라면서 폭스뉴스에 16억 달러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폭스뉴스는 지난 2020년 11월 미 대선 당시 “28개주에 투ㆍ개표기를 공급한 도미니언이 조 바이든의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을 수 있다”라는 내용을 잇달아 보도했다. 이에 패배를 부정하던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퍼졌고, 폭스뉴스는 이 같은 각종 음모론과 자극적인 뉴스로 케이블 뉴스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폭스뉴스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번 소송은 수정 헌법 1조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연방 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롭게 회합할 수 있는 권리, 불만 사항의 해결을 위해 정부에 청원할수 잇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이다. 이는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으로 미국은 언론 보도의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왔다.
그러자 도미니언은 “폭스뉴스는 개표기 조작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라고 주장하며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을 제시했다. 도미니언 측은 폭스뉴스의 경영진과 유명 진행자가 선거 조작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는 내부 e메일과 증언 등이 공개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도미니언의 승소를 예견했다.
결국 폭스뉴스는 “도미니언에 대한 특정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을 인정한다”라고 밝히며 거액의 배상금에 합의했다. 도미니언 측 저스틴 닐슨 변호사는 합의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진실이 중요하고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라고 전했다.
이번 배상액은 폭스뉴스 지난해 매축 140달러의 5%, 헌금 보유분의 20% 달하는 거액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개도니 합의금 중 가장 큰 금액”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정확한 팩트확인 없이 의혹과 추측에 의존한 ‘밀어붙이기식’ 보도의 결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한 언론전문가는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의혹과 추측에 의존한 '밀어붙이기식' 보도의 당연한 결말"이라며 "우리나라 언론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본보기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