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갤럽이 공개한 양곡관리법 관련 설문조사 문항이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다른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한국갤럽은 ‘데일리 오피니언 제537호’를 공개했다. ‘대통령 직무 평가’, ‘정당 지지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4월 첫째주 주요 사건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이 중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쌀값 안정, 농가 소득 위해 찬성’이 60%, ‘공급, 정부재정 부담 늘어 반대’가 28%, ‘모름/응답거절’이 12%를 기록했다.
문제는 질문으로 사용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내용이 실제 국회를 통과한 내용과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은 양곡관리법을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된 양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이면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해당 연도 단경기 또는 수확기의 미곡 가격이 평년 가격(직전 5년 중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을 제외한 평균가격)보다 100분의 5 이상 하락한 경우' 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한국갤럽은 양곡관리법의 기준을 ’전년‘ 가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법률안에는 ’평년‘ 가격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심각한 오류’라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왜곡된 질문을 감안할 때 설문조사 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문을 위한 사전 설명과 조사 항목에서 심각한 오류와 편향적 설계 문제가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갤럽의 설문 문항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곡관리법 설문을 접한 A씨는 “설문조사에 ‘쌀값 안정, 농가소득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붙여 놓으면 누가 반대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공정한 질문지 제작이 중요한데 질문 자체가 편파적”이라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못믿겠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쌀 초과생산분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가운데 찬성 169표, 반대 90표, 기권 7표로 통과됐다. 그러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라 비판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건(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12일 여야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두고 협상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