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현 변호사)의 회고록이 시중에 배포되면서 '사즉생', '죽음' 등의 용어들을 쓰며 노 전 대통령을 몰아붙였던 진보·좌파 성향 매체들의 과거 사설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09년 4월 3일 한겨레는 ‘비굴이냐, 고통이냐’라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검찰은 죽은 권력에는 굶주린 하이에나요, 살아 있는 권력에는 순한 양의 속성은 세세연년 변치 않는다"라는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조금 매정하게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의 앞에는 비굴이냐, 고통이냐의 두 갈래 길이 있을 뿐이다“라고 훈시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한 때"라면서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깨끗이 목을 베라'라고 일갈했던 옛 장수들의 기개를 한번 발휘해볼 일이다“라고 서술했다. 나아가 "그는 죽더라도 그의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의미있는 의제들마저 ‘600만달러’의 흙탕물에 휩쓸려 ‘동반 사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라고 강변했다.
한겨레는 같은 달 7일자에도 ‘노 전 대통령, 국민 가슴에 대못 박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그의 시인은 오히려 국민을 참담한 심정에 빠뜨렸고 자존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분명히 기억할게 있다”라면서 “앞으로 무슨 말을 해도 신뢰를 받기 힘들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에 전직 대통령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건 진실의 고백뿐”이라면서 “낱낱이 소명하고 더는 그처럼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모든 것을 당장 털어놓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같은 달 9일에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검찰에 앞서 국민에게 고해성사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백, 국민은 참담하다’라는 제목으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한겨레 사설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접하며 느끼는 심정은 충격과 분노 이전에 서글픔과 허탈함이 더 크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성수대교가 무너진 느낌”이라는 전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노 전 대통령이 보이는 태도는 구차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이제 노 전 대통령에게 남은 과제는 한 가지”라면서 “그나마 뒷마무리라도 정직하고 의연하게 해라”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 사설에는 “노 전 대통령의 고백은 분노, 배신을 넘어 참담함을 자아낸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 밝혔듯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여 한치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히고 이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혹여 이번 고백이 측근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라면 노 전 대통령은 두 번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2009년 4월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의 마지막 문단에는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십시오. 다 까발리고 다 털어놓으시고, 용서를 구합시오”라면서 “죽을 때 죽더라도 하찮은 하이에나 떼에 물려 죽지 마시고, 지도자답게 산화하십시오”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이 담겼다. 이어 “당신이 죽어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부활한다”라고 전했다. 4월 15일자 경향신문 사설에는 ‘굿바이 노무현’라는 제목으로 노 전 대통령과의 영원한 이별을 연상케하는 글이 실렸다. 이 사설의 마지막 문단에도 “노무현이 다 태워버린 재 속에는 불씨조차 남은게 없다”라면서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고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기록돼있다.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설들에 대해 2009년 6월 동아일보는 ‘석고대죄‘에서 ’정치적 타살‘로 돌변한 좌파 매체’라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보여주면서 “한겨레 신문은 오히려 (같은 해) 5월 24일자 사설에선 '보수 언론은 그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공격했다“라고 전했다.
이 사설은 또 일부 진보·좌파 언론이 "주류신문은 비난을 넘어 사실상 ‘저주’의 수준이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라고 쓴 칼럼(2009년 4월 16일자)을 언급하면서 ”자기네가 쓰면 ‘비판'이고 다른 신문이 쓰면 ’저주‘라는 비난은 ’내가 하면 연애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류 신문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는 좌파신문들은 어떤 신문의 어떤 기사가 그랬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보라“라면서 "정말 ’당신들이나 잘하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라고 적었다.
한편 이 전 검사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인정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검사장은 ‘박연차 게이트’로 불리는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기록을 회고록으로 발행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장실에서 “이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를 통해 “(이인규 회고록은) 자기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작수사를 벌이고 정치보복 여론재판과 망신주기에 몰두한 책임자가 바로 이인규”라며 “제아무리 유검무죄 무검유죄, 만사검통의 시대가 되었다지만 궤변이 진실로 둔갑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