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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 체크 50] ③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을 오역해 매국노로 몰아

2008년 요미우리 기사 중 MB 독도 발언은 법원이 오보로 판결
좌파 매체들, 미국 외교관이 오역한 전문 들춰 다시 공세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008년 7월 9일 열린 홋카이도 한일정상회담서 “교과서에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일본영토로)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7월 15일자에서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양국 정부는 이를 즉각 부인했고 요미우리 신문도 같은 날 인터넷판에서 기사를 통째로 삭제했다. 이후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가 허위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뒤인) 2012년 2월 한국의 좌파 성향 매체들은 이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위키리크스 전문(당시 주일 미 외교관이 작성)을 근거로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작성된 미국의 외교전문에 나오는 ‘hold back’이란 어구가 ‘기다려 달라’라는 뜻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같이 보도했다. 이 외교 전문은 주일 미국대사관의 제임스 줌월트 대리대사가 2008년 7월 16일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강영훈 1등 서기관을 만난 뒤 다음날 작성해 본국에 보고한 것이다.

 

  'hold back’을 기다려 달라’로 번역할 경우 '한국정부가 언젠가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는 것을 허용할 테니 당분간 기다려 달라''라는 뉘앙스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독도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은 사실상 매국노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외교전문 원문은 아래와 같다.

 

〈독도문제 관련 미 외교 전문과 좌파언론들의 ‘hold back’ 해석〉

0n July 16, ROK Embassy First Secretary Kang Young-hoon told Embassy Tokyo political officer that Tokyo's July 14 decision to include its claim to the disputed Liancourt Rocks (named Takeshima by Japan and Dokto by South Korea) in an educational manual used by junior high school students was very, very serious, enormous, and explosive.

Following efforts made by new ROK President Lee Myung-bak to put aside the contentious historical differences that have plagued ROK-Japan relations, Kang said Seoul officials felt a sense of “betrayal,” particularly after Lee directly appealed to PM Fukuda to “hold back" on the textbook issue at their bilateral summit on the margins of the Hokkaido Lake Toya G8 meeting.

<7월 16일 주일 한국대사관 강영훈 1등서기관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상에 분쟁이 있는 리앙크루 岩島(일본은 다케시마로 칭하고, 한국은 독도라 부른다)를 일본의 영유권으로 포함시킨 일본 정부의 7월 14일 결정은 “매우, 매우 심각하며” “엄청나고” 또한 “폭발력”있다고 주일 미국대사관 정치담당관에게 말했다. 한일 관계를 괴롭히던 논쟁있는 역사 인식의 차이를 제쳐놓으려는 이명박 신임 한국대통령의 노력이 이어진 후라, 한국 정부 관리들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강 서기관은 말했다. 특히 홋카이도 도야코 G8 정상회의 한 켠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대통령이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 후쿠다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고 직접 부탁을 한 이후라 더 그렇다.)>

 

  <청와대 항의로 요미우리 인터넷에서 기사 삭제>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2008년 7월 15일 사실무근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했고, 일본 정부도 같은 날 기자회견까지 열고 외무성 고다마 가즈오 보도관 성명을 통해 한일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야부나카 미토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같은 날 ‘독도 명기’ 문제와 관련해 항의차 방문한 권철현 주일 대사에게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이 14일 오전에야 결정됐다”며 “따라서 지난 9일 후쿠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케시마’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는 요미우리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요미우리 보도 직후 당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신문 보도를 보니까 독도 문제를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한다는 얘기가 있던데’라고 전제한 뒤 ‘미래지향의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자는 이 시점에 그런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인터넷에 떠있는 기사를 즉시 삭제했다.

 

  이 대통령은 신문 보도로 알게 된 명기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고 일본 총리는 이대통령으로부터 한국측 입장을 설명들은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이대통령이 전한 한국측 입장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 측 관심이란 두말할 것 없이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한국 영토라는 점이다.

 

  <1년 뒤 좌파 진영 MB 공격 호재로, 법원은 해당 기사를 허위로 판결>

  그러나 2009년 8월 한국에서는 1천886명의 ‘국민소송단’이 서울 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요미우리 측이 2010년 초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준비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재확산됐고, 민주당 일부 의원까지 청와대를 겨냥해 공세를 폈다. 국내 좌파 성향 매체들은 때를 만난 듯 이 문제에 계속 불을 지피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는 호재로 활용했다. 요미우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주도한 ‘국민소송단’의 대표자들은 정치 성향상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주도자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인 백은종 씨와 ‘민주회복직접행동 대표’인 채수범 씨 등으로 '반MB’ 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인사들이다. 또 소송단의 소송 대리인은 변호사인 이재명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다.

 

  이들은 정정보도 요구와 4억 원 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한나라당에선 이들의 전력을 들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독도 문제를 이슈화해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소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측은 보도가 ‘허위사실이 아니다’는 점에 대해 독자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요미우리 측은 준비 서면에서 “아사히신문도 표현은 조금 다르나 요미우리와 같은 취지로 보도했다”면서 다른 신문사도 비슷한 보도를 했으므로 허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사히 신문의 당시 기사 내용은 요미우리와는 전혀 달랐다. 아사히 신문은 요미우리 신문 보도와 같은 날짜인 7월 15일자 2면 ‘시시각각’이라는 분석 기사에서 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기술 문제에 대한 후쿠다 총리의 고민을 전하면서 “총리의 딜레마가 깊어진 것은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였다. 이 대통령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독도 문제를 기술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총리는 '일본 입장을 해설서에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대답했으나 이 대통령도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고 썼다. 대법원은 2011년 11월 국민소송단이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말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판시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좌파 매체들 미국 외교관이 오역한 전문 들춰내 또 공세>

  사건은 제임스 줌월트 대리 대사가 쓴 전문이 위키리크스에서 공개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전문을 맨처음 보도한 신문은 2012년 2월 20일자 경향신문이었고 이어 몇몇 좌피 성향 신문들이 뒤따라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키리크스 전문 공개로 이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 외교 전문은 작성 직후인 2008년 8월에 올려진 것이나 4년 뒤 한국언론에 의해 보도된 것이다.

 

  위키리크스 전문 공개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012년 2월 20일 춘추관에서 “더이상 얘기할게 없다”며 언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변인은 “위키리크스에 거명된 강 아무개 서기관(강영훈)은 당시 정상회담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그런 말을 전해들을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무엇보다(본인 스스로)미국 대사관 직원을 만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강 서기관 역시 이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미국 외교관에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일대사관 근무를 끝내고 당시 호주대사관 참사관으로 있던 강 씨는 2012년 2월 20일 ‘미디어 오늘’과의 국제전화에서 당시 주일 미국 정치담당관과 만난 것은 사실이나 “이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자신이 말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강 참사관은 외교전문에 나온 자신을 언급한 내용에 대해 “문장 전체를 마치 내가 얘기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지만, 잘 읽어보면 직접 인용된 부분만 내가 언급한 것이고,뒷부분(particularly after Lee directly appealed to PM Fukuda to “hold back” on the textbook issue at their bilateral summit on the margins of the Hokkaido Lake Toya G8 meeting)은 외교전문 작성자가 요미우리 신문 영문판을 보고 자신의 해석을 넣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미국 외교전문 작성자가 왜 그렇게 썼는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hold back’은 주로 ‘자제하다, 억제하다,취소하다,중지하다,보류하다,참

다’ 라는 의미로 쓰이고 더러는 ‘지연시키다, 망설이다, 숨기다’ 등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는 있다. 인터넷에서도 한 쪽에선 이 ‘hold back’이 “지연시켜 달라”라는 의미라면서 '기다려 달라’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자제하라”라는 뜻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hold back’에는 전치사 ‘on’이 뒤에 따르더라도 타동사의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hold back은 미국 외교관의 부정확한 번역>

  당시 한일정상회담 과정이나 전문 작성 경위 등을 보면 이 대통령이 ‘hold back’이란 영어 표현

을 직접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한국어로 어떤 말을 한 것을 미국 대사관 관

계자가 직접 듣고 ‘hold back’이라고 번역해 자기네 외교 전문에 기록한 것도 아니다. 이 ‘hold

back’은 강영훈 서기관이 요미우리신문 보도 하루 뒤인 7월 16일 미국 외교관을 만나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미국 외교관이 전문을 작성하면서 쓴 표현이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의 보도 시점인 7월 15일 이미 한일 양국정부가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 각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볼 때 하루 뒤인 16일 주일 한국대사관의 고위 외교관도 아닌 서기관이 미국외교관을 만나 한일 양국정부의 공식발표(부인성명)를 뒤엎고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맞다며 이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당시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요미우리신문의 허위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특히 주일 한국대사관에서는 강 서기관의 최상급자인 권철현 대사가 이 문제로 일본 외무성을 방문한 시점이었다.

 시쳇말로 어느 간 큰 외교관이 청와대와 외교통상, 주일한국대사관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제3국 외교관에게 진실이라고 전달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겠는가? 설사 강 서기관이 자신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hold back’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고 가정해본다 할지라도 이것이 ‘기다려 달라’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미국 외교관 역시 ‘hold back’을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우리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기다려 달라’라는 뜻이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국내 좌성향 매체들은 미 외교전문에 나오는 'hold back’이란 표현이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나오는 기다려달라는 것과 똑같은 의미라고 단정해 버렸다. 외교 전문에 ‘hold back’이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된 ‘기다려 달라’와 같은 의미라는 언급이 있다면 모를까.<서옥식의 가짜뉴스(해맞이 미디어)에서 발췌, 필자=전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