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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식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50] ②2002년 김대업 병풍 사건

대통령 선거 당락을 바꾼 병풍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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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김대업 병풍(兵風)사건이란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의정(의무)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의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 아들 병역문제에 대한 허위 폭로를 언론이 아무런 검증없이 ‘받아쓰기’식으로 연일 보도함으로써 당시 1위이던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무려 12% 포인트 가량 폭락, 결국 근소한 표차로 노무현 후보에게 대통령 당선의 자리를 내주게 된 사건을 말한다.

  이회창 후보는 이후 대부분의 지지도 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병풍사건은 2002년 5월 21 일 오마이뉴스가 김대업의 말을 인용해 이회창 후보측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한데서 비롯됐다.  이후 김씨는 7월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집중 공격했다.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에야 구속됐다.

 

 대법원  주심 김용담(金龍澤 대법관)은 한나라당이 “허위 보도로 대선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 었다”며 김 씨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주간지 ‘일요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인들은 1억 원을 배상하라”며 한나라당에 승소 판결한 원심을 2005년 4월 29일 확정했다. 배상액은 김 씨 5천만원,오마이뉴스 3천만 원,일요시사 2천만 원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열렸다는 보도를 진실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오히려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피고 측의 악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오마이뉴스 등이 2002년 5월 의정(의무) 부사관 출신인 김 씨의 제보를 근거로 “이 후보 측이 장남 정연 씨의 병역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등의 보도를 하자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원심 판결문도 “2002년 8월에서 9월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비리 의혹으로 인하여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고 상급심에서도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 확정했다.

 

  이 사건은 사실상 대통령 당선자를 바꾼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김 씨와 오마이뉴스가 주도한 공작정치에 대한 최종 심판이 내려졌다”며 “그러나 당시 대통령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탄생한 정권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불과 1 억 원의 배상금이 선고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회고록에서 이 사건에 대해 김대업의 배후에 당시 최고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김대업은 대구 광역시 출신으로 병무 관련 의정 부사관으로 예편했다. 16대 대통령 선거 전,오마이뉴스와 일요시사는 2002년 5~6월 김대업의 제보를 받고 1997년 대선 직전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 때 김대업은 테이프를 증거 자료로 제시했으나 검찰은 위조로 판단했다.

 

  김대업은 15대 대선(2002년 12월 19일)이 끝난 후 2003년 2월 명예훼손 및 무고,공무원자격사칭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2004년 2월 대법원 재판에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1년10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4년 10월 28일 잔여형기 1개월을 남기고 1년 9개월만 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 후 김대업은 강원랜드 등의 폐쇄회로(CC)TV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CCTV 업체 영업이사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피소돼 2016년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당시 수사 검찰은 김씨가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호소하자 치료받을 때까지 시한부 기소지 명령을 내렸고,김대업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출석 일정을 미루다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필리핀 이민청은 2019년 6월 30일 김씨를 불법체류 혐의로 붙잡아 수용소에 수감했다. 김 씨는 사기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수배된 상태였다. 검찰과 법무부는 필리핀 당국이 지난 7월 말 김 씨를 추방함에 따라 필리핀 말라떼에서 붙잡힌 김씨를 국내로 송환해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했다.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다 해외도피 생활올 한지 3년여만이다.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로서 대통령 재수에 나섰던 이회창은 ‘대세론’을 업고 타 경쟁자를 압도했으나 아들들의 병역기피 의혹 논란에 다시 휩쓸리면서 추격을 허용했었다. 의정 부사관 출신 김대업은 병역문제 전문가로 행세하며 관련 문건을 작성,언론에 흘렸고 KBS는 이를 9시뉴스에 80여 차례나 집중 방송하는 등으로 이회창 후보에게 타격을 가했다. 이후 지지율이 일거에 11.8%나 빠졌다. 제15대 대선 당시 병풍이 교묘하게 병역을 기피했다는 ‘편법’ 시비라면 16대는 ‘탈법’으로 강도를 높인 게 다르다. 김대업은 수감자 신분이면서 서울지검에서 8개월 동안 수사관 행세를 하고 검찰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야당이 당시 대통령 DJ를 배후라고 주장하는 것도 김대업의 행위가 최고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징역형을 살고 나온 김대업은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인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을 취임 전과 후에 두 차례 만났다고 했다. 허위 폭로 댓가로 자신이 지급받기로 되어있던 50억원이 중간에 배달사고가 나서 모 광역단체장이 착복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2년 대선은 김대업의 허위 주장을 언론들이 앞다투어 연일 집증 보도한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가 바뀐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지만, 법의 미비로 제대로 조사와 단죄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방법도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게 되는 1960년의 3.15 부정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아닌 부통령 선거의 문제였으므로, 2002년 대선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국민의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왜곡한 이 사건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1960년 이전으로 후퇴했다고도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후 김대업의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관련 허위폭로를 방송들이 연일 크게 보도해 준 덕에 당선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재임 기간에 방송사들에 혜택을 주려 애썼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5월 1일 MBC 100분 토론회에 나가 “내가 영상매체(방송)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됐겠느냐”면서 자신의 정권내내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해준 공영방송들에 '낮 방송 허용’ 등 ‘떡’을 쥐어주려 애썼다.

 

   노무현은 당선자 신분으로 2003년 1 월 9일 선거운동 기간 중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

사를 많이 써준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하기도 하고,한겨레의 정연주 씨를 KBS 사장으로 발탁했

다. 김대중,노무현 재임기간 내내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정권의 마이크(입)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서옥식의 가짜뉴스의 세계(해맞이미디어)에서 발췌. 필자=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한언론인회 부회장.>